정책포커스

대체수자원

김영란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서울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선제적 물 재이용으로 기후변화에 적응·순환하는 물관리

김 영 란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서울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후변화는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이 지금까지의 기후변화 대응에서 ‘적응’과 ‘순환’으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가나 도시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재난 속에서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물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물관리의 핵심은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좋은 물을 안정적으로 충분히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고, 여기서 물 재이용은 한정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다시 사용하여 어떠한 기후변화 상황에도 적응·순환할 수 있게 하므로 국민의 안정된 생활과 지역의 발전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물관리 방법일 것이다.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문제는 광범위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 환경인자는 물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기온이 1.7℃ 상승을 보이고 있으며 강수량이 갈수기와 풍수기의 공간적·시간적 편차가 커져 물 부족과 수질 악화가 진행되고, 가뭄 발생 등으로 수자원 확보가 어려워 지역 간 물 분쟁 발생 등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가뭄 발생빈도가 1970년대 이후 5~7년 주기로서, 최근 지역별 가뭄 강도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2015년 42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주요 취수댐 저수율이 상당히 낮아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물 사용에 극도의 어려움을 겪었다. 상수도보급률 100%로서 시민들이 물 사용에 어려움이 없는 서울시도 최근 30년간의 연평균강우량은 1,417.9㎜/년으로서 매년 6.2㎜가 감소하여 왔으며 강우량이 갈수기와 풍수기가 25배 크게 차이가 나타나고 이러한 강우 양상이 계속돼 물관리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용수량은 시민 삶의 질 향상에 따라 증가하여 서울시도 가뭄피해에서 예외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통계치에 의하면 우리나라 지자체의 평균 물자급률(지역의 수돗물 총량 가운데 자체 취수원에서 공급되는 수돗물의 비율)은 2008년 58.4%에서 2018년에는 4.8%나 줄어들어 53.6%로 감소하여 지자체 거의 절반 이상이 외부에서 물을 이동시켜 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지자체별로는 특·광역시가 82.3%, 시 지역이 30%, 군 지역이 52.1%로서 특·광역시보다 시·군지역에서 광역 상수도나 인근 지자체 취수원에 의존도가 높은 상태이다. 지역의 물 자급률이 낮으면 기후변화에 의한 가뭄이나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물 안보가 취약해지거나 지역·유역 간 물 분쟁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광역적인 물 이동은 물의 자연적 흐름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물 갈등과 본래 하천생태계에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물 위기가 발생하면 피해도 광역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물 위기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 확보 측면에서 가장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고 물 공급의 안전성과 형평성 확보를 위한 대책만이 국가의 지속성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 중립(carbon neutral)’ 및 디지털-그린 뉴딜과 같은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물관리 체계, 생물 다양성 보전과 일자리 창출 등의 전략을 마련하였다. 또한 2019년 6월 13일에 시행된 물관리기본법에서는 물이 순환과정에서 지구상의 생명을 유지하고, 국민 생활 및 산업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하여 생태계의 유지와 인간의 활동을 위한 물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건전한 물순환을 물관리의 기본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활수준 향상, 경제활동 증가 등으로 물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한정된 물과 기후변화로 지역의 물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며 앞으로 불균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므로 가뭄 등 물 부족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물의 재이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정부는 2010년 6월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물의 재이용을 촉진하여 제한된 수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도모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 재이용 항목은 법에 의거하여 빗물 이용, 중수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발전소온배수이다. 이 중에서 빗물은 독일과 일본에서 들어온 환경 친화적인 수자원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강우가 발생할 때만 저장하여 사용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물이 필요한 가뭄 시에는 이용할 수 없어 우리나라 기후변화에 의한 강우 양상에 적응·순환하기 어렵다. 또한 중수도는 건축물에서 사용수량이 소량이고 처리시설 설치 및 관리 어려움 등이 있고 발전소온배수는 높은 염분 처리와 위치적 특성으로 수요처 확보에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하수처리수는 고도 처리되어 수질이 사용용도 기준에 맞게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고 기후변화 강우 양상과 상관없이 국민이 사용한 용수량만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수자원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순환하는 물 자원인 것이다. 우리나라 물 재이용량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수자원 이용량 대비 4%인 총 15.2억㎥이다. 총 물 재이용량에서 하수처리수 재이용은 1.1억㎥으로 75%로서 많은 부분을 공급하였으며 중수도는 3.6억㎥인 24%이며 빗물 이용은 0.08억㎥로서 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물 재이용은 하수처리수 재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물 재이용 구성비는 강우 양상이 시간적, 공간적 편차가 큰 우리나라에서 지역의 물 확보의 안전성과 형평성을 가져오기 위해서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물 재이용 정책이 과거의 빗물 이용에서 하수처리수 재이용으로 전환되어 기후변화에 적응·순환하는 물 관리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수처리수 재이용은 도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 다양한 사용처를 가지고 있다. 특히 첨단산업분야에서 공업용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어 물관리 부분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수처리수는 발생량이 2018년 기준 71억 7천만㎥/년으로, 인체에 접촉하지 않는 용도로는 그대로 사용가능한 고도처리수다. 양 또한 현재 전망하고 있는 장래 물 부족량을 해결할 수 있는 양이다. 재이용비율은 15.5%로서 재이용 용도가 지금까지는 처리장내 용수와 하천유지용수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하수처리수가 공업용수, 농업용수, 도시용수로 대부분 공급되어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수자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어도 물 재이용으로 물 부족 재난을 최소로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수처리수를 수자원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하수의 발생에서 수송, 처리, 재이용까지 전체적으로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물 재이용정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물은 자원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영위하는 환경이며, 보호하고 관리할 대상인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지속가능하고 좋은 물의 확보는 미래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으로서, 물 재이용은 기후변화에 적응·순환하는 선제적 물관리정책이며 우리가 가져가야 하는 최선책인 것이다.




탁세완 K-water 대체수자원처장

지속가능한 물관리, 대체(代替)수자원에 해법이 있다

탁 세 완
K-water 대체수자원처장

3년간 가혹한 가뭄을 겪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은 2018년에 도시 전체의 물공급이 끊기는 ‘데이 제로’를 공식적으로 카운트 다운한 적이 있다. 실제 데이 제로까지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물 부족사태에 대한 全 지구적 경각심을 일깨운 큰 사건이었다. 같은 해에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 Institute, WRI)는 기후변화와 물 수요량 증가로 수십개국의 많은 지역에서 데이 제로 위기가 충분히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 2015년 큰 가뭄에 충남지역 8개 시·군 약 50만명의 국민이 제한급수 및 절수 등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다. 이 외에도 2016년 계곡수 결빙으로 인한 강원도의 약 1천5백가구의 급수차를 통한 긴급지원, 도서지역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물 부족 상황 등 국내 물 공급도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 국민 1인당 재생 가능한 수자원량이 2003년 기준 연간 1,458㎥으로 세계 153개 국가 중 129위에 그친 것으로 볼 때, 전세계적 물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지금과 같은 물 수요 및 공급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강을 수원으로 활용하는 수도권은 2025년부터 물 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빈번한 가뭄현상과 물의 과도한 사용 등에 따른 물 순환체계 붕괴 등으로 단일수원(Single water source)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전통적인 용수공급 방식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면서 대체수자원 개발이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체수자원(Alternative Water Resources)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 없으나, 전통적인 댐 용수, 하천표류수, 지하수의 직접 이용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수자원 취수 방식으로 확보되는 모든 수자원을 일컬을 수 있다(제주발전연구원, 2008). 따라서, 지역별로 대체수자원 특성이 다를 수 있는데, 해수 및 기수, 빗물, 강변여과수, 하·폐수 재이용 등이 좋은 대체수자원의 예가 될 수 있다. 이 중 해수 및 기수를 활용한 해수담수화 시설의 전 세계 용량은 2018년 1.1억톤/일에서 2024년 1.5억톤/일으로 약 50% 가까이 그 용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물 재이용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하수의 약 20% 또는 지역에 따라 50%까지 재처리되어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안지역의 인구 밀도가 높고 국가 산업단지 역시 해안가에 집중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지역의 간이 해수담수화 시설을 제외한 중대규모 해수담수화 시설은 부산 기장과 광양 제철소에 위치한 것이 전부로서 일일 생산용량이 총 8만톤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하수재이용은 2001년 하수도법 개정으로 공공하수처리시설에 방류되는 처리수의 재이용계획 및 재이용시설의 설치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면서 전개되기 시작하였고, 2010년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 물재이용법)이 시행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물 재이용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의 하수재이용률은 2011년 11%에서 차츰 올라 2016년 15.6%까지 상승하였으나, 2018년 기준 3년간 연속 15%대에서 답보 상태에 있다.

대체수자원 개발은 우리 산업에도 큰 의미를 차지한다. 2012년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세계 용수이용별 물 시장 규모 전망에 따르면 전통적인 방식의 상수도 시장은 연평균 4.6%에 그치는 반면 물재이용 및 해수담수화의 시장은 각각 연평균 18.4%와 7.5%로 급성장할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관련 산업들에 미칠 파급 등을 고려한 가치사슬(Value Chain) 측면에서 해수담수화 분야는 2007년 운영 및 관리 부분이 0.7백억USD에서 2025년 3.4백억USD로 약 50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물 재이용 분야는 제조 및 건설 부분에서 2007년 대비 2025년에 2,100% 이상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약 6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 도시가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기에 댐 용수 또는 하천표류수로 도시의 물 수요를 감당하는 현재 프레임에 대한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흐름에서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수원 확보와 경제적 가치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안겨 줄 수 있도록 선제적인 대응과 사회 전반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도시화 및 해안 밀집화의 추세를 반영하여 해수와 하수, 해수와 온배수, 하수와 빗물 등 여러 가지 수원을 함께 블렌딩한 다중수원의 수처리 최적화 및 운영 기술 확보, AI를 접목한 분산형 대체수자원 공급 시설 개발 등은 관련 산·학·연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과제가 될 수 있다. 또한, 현재 관련 법령과 규정에 대한 개정을 통해 대체수자원 활용을 확대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발전소 온배수만 ‘온배수’로 인정하는 물재이용법을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온배수까지 확대 정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와 물 관련 공기업에서 주도적으로 국내기업의 원천기술을 조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R&D-기술검증-적용확대-실적확보-해외진출’의 사업화연계기술개발(R&BD, 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플랫폼을 개발·활성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대체수자원 확대 기반 마련과 함께 대체수자원의 확보와 효율적인 활용 문제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대응해나가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