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포커스

물관리와 거버넌스

이건희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대청호보전운동본부 상임이사

유역통합관리는 소유역에서부터 시작해야

이 건 희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대청호보전운동본부 상임이사

지난해 12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하천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일원화되었다.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탄생한 지 2년만의 성과로, 2022년 1월 1일부터 하천관리의 분절을 극복하고 홍수·수량·수질·수생태 등이 유역기반으로 통합적으로 관리되는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물관리정책실을 신설하여 물통합관리를 위한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국토교통부의 하천담당부서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의 하천관리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된다. 농업용수가 빠져 있지만 바야흐로 물통합관리의 시작을 알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하천관리와 관련된 환경부의 발 빠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5대강 유역의 현장은 조용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유역통합관리를 일선에서 실천해왔던 유역민들은 정부조직법 개정이나 하천관리기능의 이전을 실감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물관련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볼 시기가 된 것이다.

물관리기본법 제정 이전부터 5대강 유역의 시민물환경단체들은 유역민들과 소통해왔는데 그 활동내용은 다양하다. 도랑 살리기, 마을 가꾸기, 각종 캠페인, 상수원 상·하류 교류활동 등 왕성한 활동을 통해 유역 내 주민들의 소통과 협력을 강조해 왔다. 이 과정에서 파생된 움직임이 ‘소유역운동’이다. ‘소유역운동’은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전문가, 지역주민, 행정이 유역관리의 기반인 소유역에서부터 협력하고 실천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이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유역관리 참여는 물관리의 오랜 테제인 ‘주민참여’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유역이라는 큰 그릇을 무엇으로 채울까?

학계, 행정, 민간에서 유역통합관리를 논할 때 공통적으로 논의되는 것이 Bottom-Up(상향식) 방식이다. 이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하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상향식 의사결정구조는 하천에서도 도랑, 소하천이 바탕이 되어 큰 유역을 관리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이렇게 상향식 유역관리를 위해서는 유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초단위인 소유역 단위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복잡한 물관련 이해관계를 정부관료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므로 거버넌스를 강화해서 시민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필자가 속해 있는 대청호보전운동본부의 소유역운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대청호보전운동본부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상수원인 대청호로 직접 유입되는 9개 하천에 대해 주민참여형 유역관리모델을 2017년부터 실험하면서 각 네트워크별로 진행되던 마을하천 가꾸기, 환경교육, 홍보활동을 소유역 활동에 담아서 완결된 형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주민·전문가·시민사회·행정이 함께 관리하는 소유역이 모여서 대청호유역참여센터를 구성하여 유역관리의 모델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앞에서 논한 바와 같이 시민사회는 소유역운동의 실험을 통해 소유역 단위에서 꼭 필요한 활동을 검증해왔고, 유역민과 함께 실천하는 가운데에서 그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물관리 일원화시대, 유역통합관리시대에 소유역의 작은 그릇을 튼튼히 해서 대유역이라는 큰 그릇을 채울 수 있는 활동은 행정의 거버넌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유역민의 참여에 달려있다. 형식으로서의 거버넌스가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거버넌스가 유역통합관리를 구체화하고 일상화할 것이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물관리와 거버넌스의 상관관계

정 규 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민·관·학 협력은 물론 지역주민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물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여 지속 가능한 통합 물관리를 실현해나갈 것입니다.’라는 국가물관리위원회 누리집의 소개 글을 보더라도 물관리와 거버넌스의 상관관계는 예사롭지 않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 제약하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라는 거버넌스의 사전적 의미와 ‘라이벌(rival)’의 어원이 ‘리버(river)’라는 것을 연결하면 물관리와 거버넌스는 분명 그럴 듯하게 보인다.

물관리 거버넌스의 필요성
국제적 흐름을 보더라도 물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상당하다. 대표적인 예로 2015년 5월에 채택된 ‘OECD 물 거버넌스 원칙’을 들 수 있다.
OECD 물 거버넌스 원칙

물을 두고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각 이해당사자의 여러 격차가 갈등을 일으키고 종국엔 물관리 정책의 실패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해당사자 간 격차를 해소해야만 국제사회가 어둡게 전망하고 있는 ‘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행정, 지역주민, 기업, 시민사회 그리고 미래세대 등 이해당사자는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도 중앙을 중심으로 계획되고 수립되었던 물관리 정책을 거버넌스 형태로 특히 ‘유역 거버넌스’라는 개념을 가져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강조하는 ‘유역 중심의 통합물관리’도 이런 흐름의 구체적인 지향이다.

유역 거버넌스의 오해
하지만 ‘유역 거버넌스’가 현장에서 오용되거나 정책결정자들에게 오해되는 때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물(유역)의 주인이 마치 지역주민 또는 지역 거버넌스의 이해당사자들로 국한된다는 억측 또는 오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보 처리 방안을 두고 벌어지는 4대강 유역의 논란과 영주댐을 사이에 둔 논란 등이다. ‘금강 주변 또는 영주시의 농민이 아니면 끼어들지 말라’는 식의 주장이나 지역주민의 의견을 가장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는 정치인의 태도 등 물(유역)을 해당 지역의 자산으로만 이해하는 언사들이 그렇다.

물론 지역민의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책실패로 벌어진 지역민의 피해는 국가가 충분히 보상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응당 국가가 해야 할 의무다. 하지만 해당 지역민의 자산으로만 우리 강이 취급되어선 곤란하다. 서울 시민이라고 낙동강에 대한 이해가 없겠는가. 경기도민이라고 소중한 우리나라 자연의 일부인 내성천에 대한 권리가 없겠냐는 말이다. 물은 우리 모두의 공공재다. 물관리기본법도 물을 ‘모든 사람과 동·식물 등의 생명체가 합리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공공재’로 규정한다. 한마디로 우리 강은 지역민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이다.

비단 물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자연 중 공공재로서 온전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경우는 많다. 물리적 거리가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로 둔갑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인 또는 행정의 행태도 종종 있어 왔다. 물관리 정책의 기본인 유역 중심의 거버넌스가 다층적 거버넌스를 전제로 각 이해당사자의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자칫 특정 지역의 자산으로 우리 물(유역)이 취급된다면 논의의 출발점인 유역 거버넌스 테이블에서부터 걸러질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