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 Vol. 12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따른 물순환(Water Cycle)의 변화 대응
조 민 수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부원장
물은 지구상에서 기체, 액체, 고체 상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다. 수증기, 물, 얼음과 같이 상태를 바꾸면서 육지, 해양, 대기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물순환이다. 비의 형태가 되어 대기에서 지표면으로 이동하는 물은 전체 강수량의 약 80%가 해양으로 내리고, 20%는 육지로 내린다. 육지에 내린 물은 강물과 지하수의 형태로 해양으로 이동하고 해양으로 이동된 물은 증발된 후 다시 비가 되어 지표면으로 내리면서 전체적인 물의 균형을 맞추게 된다. 2017년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물이 지표면으로 이동하기 전에 대기에서 머무는 시간은 약 8.9일이다.
만약 지구상의 대기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기체가 없다면 지표면의 연평균 온도는 영하 18℃가 된다. 인류가 지표면에서 번성할 수 있는 것은 대기의 온실효과 영향으로 영상의 온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 활동으로 급속하게 늘어난 온실기체에 의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었고, 강화된 지구온난화가 극심한 기후변화를 초래하였다. 기후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기후변화가 홍수, 가뭄, 폭염, 태풍 등과 같은 극한기상의 발생빈도와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가까운 미래에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물순환의 특징도 바뀌게 된다고 전망하였다. 그런데 인류 사회와 생태계는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 기후변화가 물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현재 받고 있는 중이다.
기후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라서 강우의 패턴이 바뀌고, 지구온난화가 강화되면서 집중호우형의 강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기에서 지표면으로 이동하는 강수량이 과하면 홍수가 발생하고, 지표면에서 대기로 이동하는 증발량이 과하면 가뭄이 발생한다. 대기의 온도가 1℃ 상승할 때, 대기에 머물 수 있는 수증기량은 약 7% 정도 증가하게 된다. 온난한 기후에서 집중호우가 심해지거나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대기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육지 표면의 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토양에서의 증발량이 증가하고, 과도한 증발은 토양 수분의 감소를 초래하여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산불 발생빈도도 증가하게 된다.
한편 기후변화에 의해서 물순환 속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와 미국 과학자들은 전 세계 해양에서 지난 50년간(1950~2000)의 기후변화를 반영하는 염도의 변화를 언급하였으며, 이로 인해 강수와 증발의 순환 속도가 4%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지표면 온도가 1℃ 상승할 때마다 물순환의 속도가 8% 빨라진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 지구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의하여 현재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는 상승기류가 발달해 더욱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고, 상승된 공기가 하강하는 지역인 현재의 건조 지역에서는 더욱 건조해져 가뭄의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천 유출량의 변화도 전 지구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중반까지는 연평균 하천 유출량과 물의 가용량이 기후변화에 따라서 북반구 고위도 지역과 일부 습윤한 열대 지역에서는 증가될 것이고, 중위도 지역의 일부 건조한 지역과 건조한 열대 지역에서는 감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미국 동부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홍수가 발생하고, 서부에서는 지속적인 폭염으로 가뭄이 심화되어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일이 빈번한 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순환의 변화는 담수 확보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류 사회와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기후과학자들은 지구의 기후상태가, 변화하는 수준을 넘어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여,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는 인류 사회와 생태계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홍수, 가뭄, 폭염, 태풍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극한기상 발생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물순환의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대응체계 구축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1차 국가물관리 기본계획의 물 재해 안전 체계 구축 분야에서 극한가뭄 대응체계 구축 및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홍수 대응체계 구축 등을 추진 전략으로 수립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로, 적극 환영할 일이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홍수관리(治水) 및 홍수재난관리(防災) 전략
정 태 성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관
최근의 강수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강수는 여름에 집중되는 특성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양상 또한 국부지역에서 장기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전국평균 연강수량은 1,591.2mm로 평년(1981~2010년) 대비 121.6% 정도로 크게 증가하지 않은 반면, 여름 강수량은 평년 대비 139.9%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형태는 장마전선이 일부 지역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속한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증가된 강수량과 불투수성 증가로 인해 늘어난 유출량을 지금의 하천 규모로는 감당하기에 버거워 보일 정도로 하천은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유역의 규모가 작아 홍수량이 빠르게 증가함에도 대하천에 막혀 배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하천이 더욱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홍수관리(治水)는 유역에서 하천으로 유입된 홍수량을 하류나 바다로 빠르게 배수하기 위하여 하천을 직강화, 흐름을 방해하는 시설물을 제거 혹은 개선하거나 홍수량을 하천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댐이나 보를 설치하고 제방을 숭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들 방법으로는 더 이상 하천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는 증가된 홍수량 만큼 하천을 보강하는데는 천문학적인 재정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설령 재정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하천 주변에는 이미 주거지가 밀집되어 있어 이주를 하지 않고서는 하천 폭을 확장하거나 제방을 숭상하기 위한 여유 공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된 기후·사회 환경에 적응가능 하도록 기존 하천중심의 관리를 탈피한 새로운 홍수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최근 들어 하천공간 확보 및 재자연화와 함께 홍수량의 일부를 유역 내에 저류하거나 혹은 지하로 침투시킴으로써 하천으로 유입하는 홍수량을 상당 부분 감소, 분담하는 방법으로 홍수를 관리하고자 하는 유역 중심의 홍수관리 방안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이 방법은 우선적으로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하천 공간을 확보하여 물그릇을 키우고 이와 함께 물길을 자연하천처럼 구불구불 흐르게 하여 물이 천천히 흘러 홍수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물그릇이 넘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하천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는데, 부족한 부분은 유역을 토대로 빗물이 떨어지는 그 자리에서 저류하거나 침투할 수 있도록 자연과 유사한 형태의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하천으로 유입되는 홍수량을 가능한 만큼 줄여 하천이 담당해야할 부담을 일정 부분 줄여주는 홍수관리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홍수관리를 하천 중심에서 유역 중심으로 전환함에 있어 홍수재난관리(防災)와의 상충은 피하면서도 시너지는 최대화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적용 가능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홍수관리를 위한 방안은 하천 정비나 하천으로의 유입을 저감하기 위한 유역내 저류방안 등이 있으며, 홍수재난관리 방안은 홍수 피해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재난관리 절차에 따른 구조적, 비구조적 대책이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구조적 대책은 하천정비나 내수배제시설 설치, 침수예방 대책 등이며, 비구조적 대책으로는 안전지도, 예·경보시스템 및 재난보험 등을 개발·운영하는 것이다. 구조적 대책 중 하천정비는 홍수관리와 중첩되는 분야로써 시너지가 발생하도록 정비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홍수관리에 있어서는 하천을 통해 홍수량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유지·배수하도록 유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천 상·하류를 연계하는 일관성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하천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수재난관리를 위한 하천정비는 홍수관리 결과를 기반으로 하되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 가능한 취약 하천구간이나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저류, 배수시설 등 추가적인 대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구조적 대책 중 내수배제 시설은 하천정비와는 다르게 홍수관리와 상충이 발생하는 분야이다. 즉, 홍수관리를 위해서는 유역내 저류나 침투를 통해서 하천으로의 홍수량 유입을 최대한 방지해야 하지만 하천 주변 침수로 인한 인명, 재산 피해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홍수량을 하천으로 배제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수배제 시설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방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되 고지배수, 저류·침투시설 등을 함께 고려하여 하천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방향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지자체, 유역, 환경·생태 특성에 따른 규모별 통합물관리와 연계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와 지역공동체가 보유한 노하우와 지식을 반영하여 정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후 위기 시대에 하천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역과 공간계획을 토대로 물길과 녹지를 연계하는 그린 인프라 구축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홍수관리와 홍수재난관리를 함께 고려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하천정비사업이 지방분권강화 정책 이행에 따라 지자체로 이관됨에 따라 유역 단위의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홍수관리를 위해서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간 효과적인 협력방안 마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