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의 날의 의미
유엔(UN)은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환경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UNCED)에서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했다. 당시 환경 관련 이슈 중에서 물 부족과 수질오염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인구 증가와 산업화가 계속되는 만큼 인류가 의식적으로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었다.
세계 물의 날에는 다음 3가지 부분의 인식 향상을 목표로 국가마다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첫째, 세계적인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
둘째, 인간의 복지향상을 위해 안정적인 물 공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셋째는 세계 물의 날을 통해서 국제기구와 국가조직, 그리고 비정부기구와 민간부문을 아우르는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7월 1일을 물의 날로 지정했었으나, UN의 동참 요청에 부응하여 1995년부터 세계 물의 날과 관련된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2022년 세계 물의 날의 주제, ‘지하수’
유엔은 1994년부터 매년 세계 물의 날의 주제를 발표해 왔다. 이는 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 중에서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힘을 모으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선정된 주제를 통해 유엔 회원국에 물의 의미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모색하도록 독려한다. 작년의 "물의 가치화(Valuing water)"에 이은 2022년의 주제는 ‘지하수: 보이지 않는 물을 보이게 하자(Groundwater: making the invisible visible)’이다. 지하수는 빗물이 오랜 시일에 걸쳐 땅으로 스며들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대지에 의한 자연적인 여과 과정을 거치면서 지표수에 비해 수질이 양호한 특징이 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적절히 관리만 한다면, 지하수는 인류가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순환 자원이자 지속가능한 자원이다.
지표수에 비해 덜 두드러지는 측면이 있지만, 인류는 지하수에 상당량 의존하고 있다. 지하수는 전 세계적으로 식수의 약 50%, 농업용수의 약 40%, 산업용수의 약 30%를 담당한다. 특히 지표수를 사용할 수 없는 시기나 지역에서, 지하수는 일종의 보험처럼 기능한다. 가뭄과 같은 재난 상황의 경우 지하수를 통해 양질의 물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반면 지하수는 평소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에 수질 악화가 진행되어도 발견이 늦거나 되돌리기 힘든 문제가 있다. 빗물, 지표수 등으로 보충되는 수량보다 많이 사용하거나, 오염물이 침투하는 경우 회복에 오랜 시일과 노력이 들어간다. 지하수마저 오염된 땅에서 인간은 살 수 없다.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수의 존재를 항상 눈에 보이는 것처럼 의식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하수 관리 계획
우리나라는 1993년 지하수법을 제정하였으며, 1996년부터 지하수의 개발·이용 및 보전·관리를 위한 최상위 계획으로서 ‘지하수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총 3차에 걸쳐 수립된 기본계획에는 각 시기의 지하수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반영되어 있다.
1차 계획을 통해 지하수 현황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하였고, 2차 계획에서는 안정적인 수질·수량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3차 계획 시기에는 지하수의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한 관리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했으며, 2017년 수정계획을 통해 지하수의 공공성 강화와 지하수 산업 육성·지원에 대한 부분을 추가하였다.
한편, 물관리기본법 제27조에 따라 2021년 수립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는, 지하수와 지표수를 연계하여 지하수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하수관리기본계획 수정계획(2017~2026)
추진 내용 |
수립년도 |
계획기간 |
계획기조 |
지하수법 제정(법률 제4599호) |
1993. 12. |
- |
- |
1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 수립 |
1996. 12. |
’97 ~ ’11 |
관리기반 마련 |
2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 수립 |
2002. 12. |
’02 ~ ’11 |
적극적 보전 |
2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 보완 |
2007. 12. |
’07 ~ ’11 |
보전관리 기반 강화 |
3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 수립 |
2012. 12. |
’12 ~ ’21 |
지속가능한 지하수 활용 |
3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 수정 |
2017. 12. |
’17 ~ ’26 |
보전과 활용의 조화 및 산업 육성 |
[출처 : 지하수관리기본계획 수정계획(2017~2026)]
우리나라 지하수 현황과 특징
우리나라 지하수는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주로 동부 고지대에서 함양되어 서부 저지대에서 배출되는 것이 특징이다. 농업용, 생활용, 공업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수자원 총이용량 366억㎥에서 지하수는 7.6%인 약 29억㎥를 차지하고 있다. 지하수의 수위는 강수량과 사용량에 따라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데, 국가지하수관측망의 10년 이상 장기 관측자료에 따르면 지하수 수위가 조금씩 하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기준 지하수 수질검사 적합률은 음용 지하수 96.9%, 비음용 지하수 85.7% 수준이며, 2020년 물관리에 대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은 지하수 수질은 점차 악화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은 지하수에서 보이는 지하수로
매해 지구촌 기상이변이 늘어나면서 전 인류가 영향을 받는 지금. 한 국가의 생명보험과도 같은 지하수를 세계 물의 날의 주제로 선정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고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을 관리할 수 있다. 따라서 지하수는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원격 모니터링 기술과 AI(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다. 지하수 이용량 데이터와 통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GIS(지리정보체계)와 결합한 지하수의 지역별 특성과 변화를 인공지능이 분석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등 언제나 지하수의 상태를 눈에 보이는 것처럼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미래의 자원으로서 지하수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