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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관리 이야기2023년은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한 해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가 지난 6일 올 1~11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 기온보다 1.46℃ 높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3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온이 오른 만큼 올 한해 가뭄의 피해는 심각했다. 지난 8월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100여 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건물이 전소됐다. 캐나다와 그리스 역시 대형 산불이 발생했으며, 최근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코끼리 100마리 이상이 폐사했다. 이렇듯 마른 땅은 세계 곳곳의 자연을 화마에 휩싸이게 했으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문제는 이와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변동성의 증가는 물 공급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제환경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WRI)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4 이상이 거주하는 25개 국가가 물 부족을 겪고 있으며, 40억여 명이 최소 한 달 이상 물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2050년에 이르면 물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인구수는 전 세계의 6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 2023년 8월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공개한 세계 수자원 위험 지도
가뭄의 의미와 우리나라 가뭄 현황
그렇다면 가뭄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가뭄이란 물 공급이 부족한 시기를 일컫는 말로, 기준에 따라 크게 기상학적 가뭄, 농업적 가뭄, 수문학적 가뭄, 사회경제적 가뭄 4가지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각 가뭄의 인과관계가 다른 것은 아니다.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아서 고여 있던 물이 말라 발생하며, 비가 내린다 해도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또한 광범위한 지역에 식량 공급 감소, 산불 위험 증가, 동식물종 멸종 등 수많은 피해를 지속적으로 안긴다. 심각하게는 물 자원을 두고 국가 간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뭄의 영향
▲ (출처 : 국가가뭄정보포털)
물 분쟁 사례
하천명 | 분쟁당사국 | 분쟁원인 |
---|---|---|
리오그란데강, 골로라도강 |
미국, 멕시코 | 리오그란데강 수량 문제(멕시코 물부족) 및 콜로라도강 수질 문제 |
오대호 | 미국, 캐나다 | 하천개발에 따른 양국 간 유량 배분 문제 |
요르단강 | 이스라엘,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
인종·문화·사상·정치적 대립 및 하류국가의 용수 부족 |
유프라테스강, 티그리스강 |
터키, 시리아, 이라크 | 터키 댐건설로 인한 이라크 물 부족 |
나일강 | 이집트 등 9개국 | 이집트 아스완댐 건설로 인한 주변국 반발 |
갠지스강 | 인도, 네팔, 중국, 방글라데시 | 인도 인공수로 건설로 방글라데시 용수 부족 |
파라니강 | 브라질, 아르헨티나 | 브라질 Itaipueoa 건설로 아르헨티나 수량 감소 |
메콩강 |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베트남 |
메콩강 개발을 둘러싼 인접국 간 분쟁 |
▲ (출처 : 2020 제28회 세계물의 날 자료집)
우리나라에서 가뭄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지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가뭄은 5~7주년을 주기로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가뭄은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고온으로 토양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는 ‘돌발가뭄’도 잦아지고 있다.
가뭄 발생 현황
▲ (출처 :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대책)
특히 지난겨울과 봄(2022~2023년), 남부지방은 최악이라 불린 가뭄(가뭄 일수 227.3일)을 맞닥뜨렸다. 당시 인근 주민들은 차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댐을 바라보며 수압을 낮추고, 변기 수조에 벽돌과 페트병을 넣어가며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심지어 물 공급 여건이 열악한 전남 완도의 5개 도서 지역 주민들은 제한 급수로 불편한 일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대규모 농업 용수원인 섬진강댐과 나주·장성·담양호는 저수율이 낮아(’23.4.20. 각각 39.1%, 42.4%, 기준 35.5%) 모내기를 앞둔 농업인들이 시름을 앓아야 했다.
원인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강수량이 꼽힌다. 가뭄의 시작은 2021년 12월~2022년 2월 겨울로 거슬러 간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강수량은 13.3mm. 이는 동기간 평년 강수량인 89mm의 14.7%에 그친 수준이다.
2021.12.01. ~ 2022.02.28. 기상 현황
▲ (출처 : 기상청)
이어서 다가온 여름, 남부지방에는 마른장마가 내렸다. 실제로 2022년 6~8월 중부지방 강수량은 941mm로 평년 강수량인 759mm보다 많았지만, 남부지방은 483mm로 평년을 크게 밑돈 것이다.
갈수기*가 지나 강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였음에도 겨울·봄 가뭄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이처럼 남부지방의 극심한 가뭄으로 정부는 한때 댐에서 ‘죽은 물’이라고 부르는 사수위(死水位) 이하 물을 취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 갈수기(渴水期) : 한 해 동안에 강물이 적은 시기로,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과 봄철이 여기에 해당함.
기후위기에 대비한 이·치수 체계 필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로 가뭄의 빈도와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으며, 폭염을 동반한 전례 없는 극한 가뭄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한반도 기후전망보고서 2020’에서는 우리나라 평균 강수량 감소와 더불어 지역별 편차가 커져 국지적 가뭄이 더욱 빈발할 것으로 예측했다.
SSP1-2.6* 시나리오에 따른 평균 강수량 변화
▲ *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 (출처 :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이에 정부는 2017년 가뭄 취약성 평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2019년부터 극한 가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가뭄취약지도’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뭄취약지도에는 가뭄의 발생빈도와 규모를 비롯해, 민감도(가뭄 발생 시 피해 정도), 적응 능력(가뭄 발생 시 대응 능력) 등 정보가 담긴다.
이외에도 가뭄 취약지역에 안정적인 용수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신규 공공관정 개발(20개소), 노후 공공관정 시설개선(230개소)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4년 초에는 홍수·가뭄 대응을 위해 중·소규모 댐 등 수원 확보 방안을 담은 ‘하천 유역 수자원 관리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는 2024년 2월까지 전국 가뭄 상황에 대한 예·경보를 발표했다. 전망에 따르면 2024년 1월과 2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여 다행히 가뭄 우려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생활·공업 용수원인 다목적댐 20곳과 용수댐 14곳 역시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저수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상기후’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일상적이지 않은 가뭄은 예측을 뛰어넘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정책 마련과 국민의 절약 정신이 절실하다.
▲ (출처 : 행정안전부)
[내용 출처]
· World Resources Institute
· 국가가뭄정보포털
· 행정안전부, 12월 가뭄 예·경보 발표(2023)
· 환경부·K-water, 2020 제28회 세계 물의 날 자료집
·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 영산강·섬진강 유역 가뭄백서(2022-2023)
· 한국일보, 폭설로도 채워지지 않는 지독한 겨울 가뭄(2022)
· 이주헌 외 2인, 가뭄지수를 활용한 한반도 가뭄의 경향성, 주기성 및 발생빈도 분석(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