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Vol. 16
물환경기초시설의 탄소중립 방안
- 하수처리시설을 중심으로 -
박 석 훈
한국환경공단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물산업진흥처장
대한민국은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이어 최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오는 2030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을 선언하고, 이산화탄소에 비해 지구온난화지수가 21배나 높은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글로벌 메탄서약에 가입하여 2020년 대비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30%까지 감축하는 노력에 동참하였다. 이처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범지구적 정책에 발맞추어 물 분야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생산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물환경 분야 대표적 에너지 소비 시설이자 온실가스 배출시설은 하수처리장이다. 침전, 폭기, 고액분리 등 정화공정에서 다수의 수처리 기자재를 가동하여 에너지 소비가 많으며, 동시에 대표적 지구온난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도 부산물로 생성된다. 2020년 국내 하수처리시설에서 생산된 에너지 대비 사용된 에너지 비율인 에너지 자립률은 7%에 불과하여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하수처리시설의 신재생에너지는 바이오가스화, 태양광, 소수력, 풍력, 하수열 순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혐기성 소화과정을 통해 하수찌꺼기를 바이오가스로 생산하는 방식은 바이오에너지 생산과 동시에 폐슬러지도 감량할 수 있으므로 가장 먼저 선택되고 있다. 국내 하수찌꺼기 소화효율은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으로 이를 높이기 위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으며 그 일환으로 가축분뇨, 음식물류폐기물을 혼합하여 처리하는 통합 바이오가스화 방안이 각광받고 있다.
하수찌꺼기, 음식물류폐기물, 가축분뇨는 각각 단일 처리 시 혐기성 소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발생하나 최적 조건으로 혼합하여 통합 바이오가스화 처리할 경우 소화효율은 35%에서 55%로 평균 20%까지 증가될 수 있다. 음식물류폐기물 및 가축분뇨 처리시설에 비해 하수처리장이 부지가 넓기 때문에 통합 바이오가스화시설은 하수처리장에 설치될 수 있다. 또한 개별시설을 하나의 시설로 통합 설치 및 운영하므로 설치·운영비에서도 약 20~30%의 예산을 절감, 물환경 기초시설 중심의 통합 바이오가스화 확충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확충을 통해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하수처리시설 내 에너지로 활용되고 나머지는 미래에너지인 수소로 전환될 수 있다. 바이오가스로부터 메탄 순도를 96%까지 끌어올리는 고질화 공정과 개질화를 거쳐 수소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그레이수소로서 1톤의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 약 9.3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바이오가스 수소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직 탄소포집활용 기술의 국산화 및 고도화가 부족한 실정으로 경제성과 범용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
권역별 대규모 물환경 기초시설을 통합 바이오가스화로 확충하고 동시에 수소생산전환설비를 갖추어 충전소에 보급하여 다가오는 수소차 시대도 대비하여야 한다. 통합 바이오가스 수소 개질화의 시작을 위해 창원시와 전주시에 각각 바이오가스 수소 개질화 시범사업을 계획 중이며 각각 550대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약 3.5톤의 수소 생산과 40MW급 전력을 생산한다. 이 때 수소 개질화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를 통해 폴리카보네이트, 바이오디젤 및 탄산칼슘 생산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냉장고, 전열기 등에 부여되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을 상하수도 기자재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고효율·저에너지 물기술 제품 사용을 물환경 기초시설 전반으로 정책적으로 제도화하여 탄소중립에 보탬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상하수도 기자재 에너지 소비 효율 평가를 위한 객관적 평가기법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하수처리 공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도 검토되어야 할 숙제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 증산 및 다양화, 에너지 소비 효율 극대화로 물환경 기초시설의 탄소중립 실현의 중심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물환경 기초시설은 안전한 수처리 확보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 에너지 이용과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energy-positive 시설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