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포커스

기고

김정인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수원대 법·행정학부 교수

상생자치와 물관리

김 정 인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수원대 법·행정학부 교수

2018년 제정되어 2019년부터 시행 중인 「물관리 기본법」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는 환경부를 중심으로 일원화된 통합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물관리 기본법」 제2조(기본이념)에서는 물을 ‘지구의 물순환 체계를 통하여 얻어지는 공공의 자원’으로 정의하고, ‘자연환경과 사회 경제 생활을 조화시키면서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여 그 가치를 미래로 이어가게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물관리에서의 기본이념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이 모두 그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물관리 기본법」 제5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물관리의 기본이념에 따라 지속가능한 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필요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책무’(제5조1항)를,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물관리 정책과 관할 구역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물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책무’(제5조2항)를 지니는 것이다. 하지만 「물관리 기본법」이 시행된 지 3년여가 지난 오늘날 지역적 특성에 맞는 물관리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간 물 분쟁은 더욱 첨예해지는 측면이 있는 듯하다.

일례로 최근 대구와 구미는 취수원 이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연합뉴스TV, 2022). 충청과 전북은 용담댐의 물 사용과 관련해 갈등 상황 속에 있다가(연합뉴스, 2021) 극적으로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현행 용수 배분을 2030년까지 유지하는 데 합의했다(노컷뉴스, 2021).

법제처·한국법제연구원, 『법령용어사례집』에 따르면 지방자치는 “일정한 지역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부담과 책임으로 처리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1) 이러한 개념 정의에 따르자면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각 지역의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다른 지역의 자치단체나 주민들보다 자신들이 몸담은 지역, 지역주민들을 더 위하는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물’이라는 자원은 지역과 범위,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물관리 기본법」 제14조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의 편익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물을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조항이 지역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 배분에서의 ‘합리성’과 ‘공평성’은 객관적 비교형량이 쉽지 않은, 즉 주관적 인식이 크게 작용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자 하는 자치단체나 주민들은 다른 지역을 고려하기보다 자신들의 지역 이익을 우선하기 쉬울 것이다. 아직까지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대구와 구미 취수원 이전 분쟁 상황이 이와 같은 지방자치와 물관리 이념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행스러운 점은 협력적 물관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방자치를 도모하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관리 기본법」 제13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관리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유역 전체를 고려하여야 하며, 어느 한 지역의 물관리 여건 변화가 다른 지역의 물순환 건전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여 유역·지역 간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라고 제시한 것처럼 한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낙동강 등 크게 4개의 유역에서 유역물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협력적 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국가물관리위원회, 2022).2)

이에 더 나아가 최근 경남 양산시와 김해시, 부산 북구·강서구·사상구·사하구 등 낙동강 유역의 6개 지자체가 ‘낙동강협의체’를 구성하여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물관리에 있어서의 협력 의지를 다지고 있다(노컷뉴스, 2022). 함평군, 장성군 등 영산강 서·북부지역에서도 물관리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통합적 물관리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연합뉴스, 2022).

기후 위기,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가뭄, 폭설 등 자연재해와 같이 시시각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예측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아닌 ‘공존(共存)’을 택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심각한 기후 위기라는 지상 최대의 난제(wicked problem)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 ‘상생자치(相生自治)’를 지향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유한한 공공자원인 ‘물’을 ‘공유지 비극3)’의 희생물로 만들지 않고 미래 세대를 포함한 우리 국민 누구나가 향유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치(自治)’와 ‘협치(協治)’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상생자치(相生自治)’를 이룰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csmSeq=898&ccfNo=1&cciNo=1&cnpClsNo=1
2) https://www.water.go.kr/front/main/main.do
3) ‘공공자원을 구성원의 자율에 맡길 경우 자원이 고갈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다(시사상식사전, 2022).

참고자료
- 노컷뉴스(2021). 용담댐 ‘물 분쟁’ 극적 봉합…2030년까지 현행대로 2021년 8월 30일자 기사.
- 노컷뉴스(2022). ‘물환경·관광 다 챙긴다’…경남·부산 6개 지자체 ‘낙동강협의체’ 구성. 2022년 10월 6일자 기사.
- 시사상식사전(2022). 공유지의 비극.
- 연합뉴스(2021). ‘용담댐 물 더 쓰겠다는 충청, 못 주겠다는 전북…물 분쟁 조짐. 2021년 5월 6일자 기사.
- 연합뉴스(2022). ‘영산강 서·북부 물관리 일원화 추진…상생협력 업무협약. 2022년 6월 27일자 기사.
- 연합뉴스TV(2022). ‘대구-구미 취수원 갈등…되풀이되는 물분쟁. 2022년 8월 27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