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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대책, 대담하고 세심해야 한다.
최 진 용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교수
올해 3월에는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의 가뭄 대책 수립을 위해 분주하였는데, 불과 몇 개월 후에 우리는 홍수를 걱정했고 안타깝게도 기우는 현실이 되었다.
많은 장맛비로 충북 오송에선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차 승객 십수 명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는 등 전국적으로 80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과 주택이 흙에 매몰되었으며, 둑이 무너져 농경지와 가축이 물에 잠기고 도로가 파손되는 등 재산 손실도 막대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의 상처가 매우 커 전국의 13곳이나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기후위기는 이제 미래가 아니고 현재 위기로 우리를 위협한다. 매년 꾸준히 대비해오고 있으나, 예상보다 더 큰 비가 오고 생각지 못한 곳에서 피해가 발생하여 우리를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매년 홍수 피해 없이 지나가면 좋겠지만, 재원과 기술의 한계 그리고 예기치 못해서 발생하는 피해가 있어 안타깝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비 피해 없이 지나가는 것은 하늘의 재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홍수는 일차적으로 비가 많이 와서 발생하는데, 물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생기는 홍수 피해와 밀려든 물이 차서 생기는 침수 피해로 구분할 수 있다. 홍수 피해는 큰물에 의한 다리, 제방, 수문 등 하천 구조물의 파괴가 해당하고, 침수 피해는 제방 등의 파괴로 인하여 홍수가 유입될 때 발생하는 2차 피해와 배수시설 용량 부족으로 인한 저지대 침수, 그리고 지하 구조물 주변의 배수 불량으로 생기는 침수 피해 등이 있다.
홍수로 인한 피해는 구조물 크기가 발생한 홍수에 대응하기에는 규모가 작거나 시설이 본래 역할을 못 해서 발생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여 대책을 논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홍수 대응 시설의 설계빈도를 높여 규모를 크게 하는 것인데, 이는 많은 재정 투입이 필요하므로 국가가 대담한 결정을 해야 할 일이고, 두 번째는 시설이 본래 역할을 하도록 하는 유지관리로서 재정 투입도 필요하지만 세심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올해 장마는 벌써 많은 비를 쏟아부었으며, 태풍 발생도 예고된다. 환경부는 작년의 피해를 반면교사 삼아 도시와 하천의 홍수 대책에 단단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올 5월에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홍수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였다. 살펴보면 홍수예보 고도화 및 맞춤형 홍수정보 제공, 홍수방어 인프라 구축 그리고 현장 맞춤형 홍수대응력 및 관계기관 협업을 포함하고 있다. 도림천에는 첨단기술인 디지털트윈까지 동원하여 대책을 세운다고 하였다. 이 대책에는 당장 효과가 있는 대책도 있지만 2028년까지 추진되는 인프라 구축 대책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환경부 대책이지만 지방자치단체, 행정안전부 등 여러 국가기관이 힘을 모을 때 그 대책의 효과가 발휘되는 부분도 있다. 결국 홍수 대응 인프라 구축은 지속적이고 대담한 재정 투입 노력이 필요하고, 현장 맞춤형 대응력 향상은 국가기관의 협업 노력, 주민의 협력과 정확한 정보제공이 수반되어야 한다.
홍수 대응 시설의 지속적인 유지관리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홍수 대책이다. 배수구가 막히거나 배수로가 이물질로 채이면 이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이다. 맨홀에 빠져서 유명을 달리한 젊은이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홍수 대응은 규모가 큰 시설에서부터 주변의 작은 시설까지 잘 살피는 것이 모두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 준다.
마지막으로 홍수는 배수에 불리한 주택이나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더 위협적이고 이들이 홍수 피해를 보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홍수 대책을 잘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 국민을 보듬는 존재로서 국가의 의미가 있고 사회 통합을 이루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왜 홍수 대책을 대담하고 세워야 하고 홍수 대응 시설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