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운
물 관리 이야기그 물길 상류에 도담삼봉이 있다. 단양의 관문 격인 도담삼봉은 ‘단양팔경’이라 일컫는 명승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절경이다. 강 한가운데에 3개의 기암이 섬처럼 둥실 떠 있어 신비로운데다, 주변 산세까지 빼어나 오래 앉아 가만히 바라보기 좋다. 관람 포인트는 총 네 곳이다. 정면과 이향정, 석문, 도담정원. 이 중 석문에 오르면 단양지역의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을 보다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고, 이향정에 오르면 정면에서와는 다른 풍경의 도담삼봉과 마주할 수 있다.
요즘엔 강 건너에 있는 도담정원도 필수 방문 코스다. 백일홍을 비롯한 댑싸리, 황하코스모스 등의 가을꽃이 가득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온도가 1도쯤 높아진다. 해 질 무렵에 찾으면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진다.”라던 퇴계 이황 선생의 시구 속 풍경과도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 야간경관조명이 설치돼 밤빛이 더욱 찬란해졌다.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지는 남한강의 명소는 또 있다. ‘단양강 잔도(단양강은 단양을 흐르는 남한강의 다른 이름, 이하 잔도)’다. 남한강 강가의 바위 벼랑에 선반 같은 길을 설치해 남한강 물길 위를 걸을 수 있게 한 관광 탐방로로, 유람선만큼이나 남한강을 가깝게 만끽할 수 있다. 탐방로의 길이는 단양읍 상진철교에서 적성면 애곡리 만천하스카이워크 입구까지 1.2km. 가을이면 잔도 위 바위 벼랑이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더욱 아름답다. 남한강 물길이 은빛 윤슬로 빛나는 낮 풍경도 좋지만, 경관 조명(일몰 후부터 11시까지)이 켜지는 밤의 운치와 재미도 남다르다.
뷰(View)부터 훑어보자. 단양엔 두 곳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두산(550m)과 양방산(664m)이다. 이 두 곳의 활공장은 남한강이 단양읍 내를 크게 휘돌아나가는 ‘물돌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자리다. 날씨가 맑은 날엔 하늘과 강이 데칼코마니처럼 푸르게 빛나는 걸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한다!’는 건 바로 이곳에서 훌쩍 뛰어내려 붕~ 날아오른다는 뜻이다. “뛰세요!”라는 구령과 “아악”하는 비명으로 시작되는 비행이지만, 단양의 하늘을 새처럼 선회할 기회다.
설령 날아오를 용기가 없다고 해도 괜찮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드라이브 삼아 천천히 올라 정상에만 서도 이 풍광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어디 풍광뿐일까.
산 정상에 멋진 카페가 있는 두산에서는 커피를 즐기며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고, 양방산에서는 강을 훑어 지나온 바람을 맞으며 알록달록한 낙하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단양에 밤까지 머물 계획이라면 양방산 야경도 놓치지 말자. 저물녘 양방산에 오르면, 별빛 내린 듯 고운 단양읍 내를 남한강이 동그랗게 감싸 안아 흐르는 풍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날아올라 즐기는 하늘 여행이 무서워 ‘대한민국 뷰 맛집’이라 불리는 풍경을 포기해야 한다면, 걸어 하늘 가까이 올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단양엔 강과 산과 길이 어울려 빚어내는 풍경을 보기 좋은 전망대가 여러 곳에 있다. 몇 년 새 단양의 랜드마크가 된 만천하스카이워크가 대표적이다. 만학천봉 정상에 들어선 스카이워크는 공중으로 3개의 길을 낸 전망시설이자 탐방로이다. 달걀을 비스듬하게 세워놓은 듯 동그란 전망대 건물에 삼족오 모양의 하늘길 3개를 ‘다리를 뻗은 모양’으로 삐쭉삐쭉 냈다.
모두 투명 강화유리와 구멍이 숭숭 뚫린 철재 패널(스틸그레이팅)로 이루어진 길이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수면(땅)과 스카이워크까지의 거리는 자그마치 120여m. 고개를 조금만 숙여도 숨이 턱 멎는 높이다. 그래도 가던 걸음을 멈추진 말 일이다. 하늘을 머리에 이고 발로 남한강을 디딘 듯한 황홀을 맛보려면 스카이워크 끝자락에 서야만 한다. 소백산 능선이 어깨쯤에 걸리고, 단양읍 내가 발아래에서 밟히는 ‘일망무제’의 풍경과 심장 콩닥거리는 ‘절정의 순간’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단양엔 하늘 가까이 걸어 오를 수 있는 역사 유적도 있다. 온달산성과 적성산성이다. 두 산성 모두 삼국시대 유적으로, 남한강이 훤히 보이는 산자락에 반달형으로 조성됐다. 거기 석성 제일 높은 지점에 앉아 내려다보는 풍경이 시원해 가슴이 탁 트인다. 무엇보다 찾는 이 적어 적요하고 평화로우니, 마음이 푹 쉬어간다.
단양읍 내에서 구인사로 가는 열두 굽잇길인 보발재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유명해져 대한민국을 제대로 ‘단양-앓이’ 하게 했다. 그만큼 고갯길을 뒤덮은 단풍의 빛깔이 강렬하다. 이 땅 어디보다 채도 높은 빨강으로 빛난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100%짜리 ‘만추 홍엽’이다. 여기에 보발재는 ‘S자’로 굽이져 드라이브하는 재미까지 남다르다. 그냥 ‘S자’가 아니라 ‘뱀-똬리’처럼 살벌하게 꼬여 있어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다.
단풍은 아니지만 연인끼리라면 보석처럼 빛나는 ‘수양개 빛 터널’도 찾아보길 권한다. 일제강점기에 지하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져 수십 년간 방치됐던 수양개 터널을 빛 터널로 깜짝 변신시킨 곳으로, 단풍과는 또 다른 색으로 반짝거려 환호성을 지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