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도시

물 만난 도시: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도시, 충북 단양, 가을 江이 눈부시게, 윤슬 내린 강가를 걷고, 유람선을 탄 채 강을 내달렸다. 산에 올라 하늘을 날고, 고갯마루에 앉아 절정에 다다른 가을을 보았다. 볼거리 즐길 거리 빼곡해 매혹적인 단양. 덕분에 단양에선 웃을 일 행복할 일 많아 마음의 온도가 더 높아졌다. 자주 아슬아슬해 2도쯤 높아지고, 때때로 적요해 1도가량 더 행복해진 느낌이다. 단풍 고와 그 풍경 더욱 환한 단양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 글 이시목(여행작가)‧사진 이시목, 단양군청/남한강_강원도 태백의 검룡소에서 발원해 단양과 충주 어귀에서 충주호가 되었다가, 경기도 양평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을 이룬다. 375km의 길이로 유역 면적은 1만 2,577㎢다. 단양 구간을 지나는 남한강을 특별히 단양강이라고 부르는데, 충주호의 단양지역 명칭인 단양호 수중보에서 도담삼봉까지 15km를 말한다. 이 맑고 푸른 물줄기와 일대 지류에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 사인암 같은 단양팔경이 있고, 단양강 잔도를 비롯한 만천하스카이워크, 금굴 등 핫플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설명: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지는 곳’ 단양은 내륙이다.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땅 어디보다 강을 두텁게 또 가까이 끼고 앉은 ‘물의 도시’다. 남한강 물길 따라 산이 흐르고, 길이 잇닿고 도시가 이어진다. 심지어는 남한강이 단양 시가지를 ‘Ω(오메가)’ 모양으로 기세 좋게 둘러싸고 있어, 인근 산에 오르면 수려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담삼봉

그 물길 상류에 도담삼봉이 있다. 단양의 관문 격인 도담삼봉은 ‘단양팔경’이라 일컫는 명승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절경이다. 강 한가운데에 3개의 기암이 섬처럼 둥실 떠 있어 신비로운데다, 주변 산세까지 빼어나 오래 앉아 가만히 바라보기 좋다. 관람 포인트는 총 네 곳이다. 정면과 이향정, 석문, 도담정원. 이 중 석문에 오르면 단양지역의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을 보다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고, 이향정에 오르면 정면에서와는 다른 풍경의 도담삼봉과 마주할 수 있다.

요즘엔 강 건너에 있는 도담정원도 필수 방문 코스다. 백일홍을 비롯한 댑싸리, 황하코스모스 등의 가을꽃이 가득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온도가 1도쯤 높아진다. 해 질 무렵에 찾으면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진다.”라던 퇴계 이황 선생의 시구 속 풍경과도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 야간경관조명이 설치돼 밤빛이 더욱 찬란해졌다.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지는 남한강의 명소는 또 있다. ‘단양강 잔도(단양강은 단양을 흐르는 남한강의 다른 이름, 이하 잔도)’다. 남한강 강가의 바위 벼랑에 선반 같은 길을 설치해 남한강 물길 위를 걸을 수 있게 한 관광 탐방로로, 유람선만큼이나 남한강을 가깝게 만끽할 수 있다. 탐방로의 길이는 단양읍 상진철교에서 적성면 애곡리 만천하스카이워크 입구까지 1.2km. 가을이면 잔도 위 바위 벼랑이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더욱 아름답다. 남한강 물길이 은빛 윤슬로 빛나는 낮 풍경도 좋지만, 경관 조명(일몰 후부터 11시까지)이 켜지는 밤의 운치와 재미도 남다르다.

사진 설명: 단양강 잔도/ 단양강 잔도의 밤풍경

사진 설명: 대한민국 하늘 여행 1번지, 남한강 상류 물길이 에둘러 흐르는 단양은 하늘 여행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우리나라 패러글라이딩의 역사가 시작된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하늘 여행지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그만큼 체험하는 이도 많고 즐길 수 있는 풍경도 좋다. 두산 패러글라이딩

뷰(View)부터 훑어보자. 단양엔 두 곳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두산(550m)과 양방산(664m)이다. 이 두 곳의 활공장은 남한강이 단양읍 내를 크게 휘돌아나가는 ‘물돌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자리다. 날씨가 맑은 날엔 하늘과 강이 데칼코마니처럼 푸르게 빛나는 걸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한다!’는 건 바로 이곳에서 훌쩍 뛰어내려 붕~ 날아오른다는 뜻이다. “뛰세요!”라는 구령과 “아악”하는 비명으로 시작되는 비행이지만, 단양의 하늘을 새처럼 선회할 기회다.

설령 날아오를 용기가 없다고 해도 괜찮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드라이브 삼아 천천히 올라 정상에만 서도 이 풍광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어디 풍광뿐일까.

산 정상에 멋진 카페가 있는 두산에서는 커피를 즐기며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고, 양방산에서는 강을 훑어 지나온 바람을 맞으며 알록달록한 낙하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단양에 밤까지 머물 계획이라면 양방산 야경도 놓치지 말자. 저물녘 양방산에 오르면, 별빛 내린 듯 고운 단양읍 내를 남한강이 동그랗게 감싸 안아 흐르는 풍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 설명: 양방산 패러글라이딩 / 양방산 야경

날아올라 즐기는 하늘 여행이 무서워 ‘대한민국 뷰 맛집’이라 불리는 풍경을 포기해야 한다면, 걸어 하늘 가까이 올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단양엔 강과 산과 길이 어울려 빚어내는 풍경을 보기 좋은 전망대가 여러 곳에 있다. 몇 년 새 단양의 랜드마크가 된 만천하스카이워크가 대표적이다. 만학천봉 정상에 들어선 스카이워크는 공중으로 3개의 길을 낸 전망시설이자 탐방로이다. 달걀을 비스듬하게 세워놓은 듯 동그란 전망대 건물에 삼족오 모양의 하늘길 3개를 ‘다리를 뻗은 모양’으로 삐쭉삐쭉 냈다.

모두 투명 강화유리와 구멍이 숭숭 뚫린 철재 패널(스틸그레이팅)로 이루어진 길이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수면(땅)과 스카이워크까지의 거리는 자그마치 120여m. 고개를 조금만 숙여도 숨이 턱 멎는 높이다. 그래도 가던 걸음을 멈추진 말 일이다. 하늘을 머리에 이고 발로 남한강을 디딘 듯한 황홀을 맛보려면 스카이워크 끝자락에 서야만 한다. 소백산 능선이 어깨쯤에 걸리고, 단양읍 내가 발아래에서 밟히는 ‘일망무제’의 풍경과 심장 콩닥거리는 ‘절정의 순간’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사진 설명: 만천하스카이워크
Travel Tip
만천하스카이워크를 4배 더 재밌게 즐기는 방법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단양강 잔도’가 걸쳐진 만학천봉의 산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매표소에서 스카이워크 앞까지 이동해야 한다. 조성 당시엔 셔틀버스가 유일한 승·하강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5가지에 이른다. 셔틀버스와 알파인코스터, 모노레일, 슬라이드, 집와이어다. 대게 하단부 매표소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올랐다가, 산악 레일인 알파인코스터나 모노레일, 슬라이드, 집와이어 등을 이용해 내려온다. 만천하스카이워크도 즐기고, 액비티비한 레저도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단양엔 하늘 가까이 걸어 오를 수 있는 역사 유적도 있다. 온달산성과 적성산성이다. 두 산성 모두 삼국시대 유적으로, 남한강이 훤히 보이는 산자락에 반달형으로 조성됐다. 거기 석성 제일 높은 지점에 앉아 내려다보는 풍경이 시원해 가슴이 탁 트인다. 무엇보다 찾는 이 적어 적요하고 평화로우니, 마음이 푹 쉬어간다.

사진 설명: 온달산성
사진 설명: 가을이면 더욱 찬란해지는 땅 , 단풍 고운 풍경이 많아 가을여행에 최적화된 곳도 단양이다. 소백산을 비롯한 보발재, 구인사, 사인암, 선암계곡 등이 단양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단풍 스폿들이다. 이 중 요즘 가장 ‘핫’한 곳은 두말할 것 없이 보발재다.

단양읍 내에서 구인사로 가는 열두 굽잇길인 보발재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유명해져 대한민국을 제대로 ‘단양-앓이’ 하게 했다. 그만큼 고갯길을 뒤덮은 단풍의 빛깔이 강렬하다. 이 땅 어디보다 채도 높은 빨강으로 빛난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100%짜리 ‘만추 홍엽’이다. 여기에 보발재는 ‘S자’로 굽이져 드라이브하는 재미까지 남다르다. 그냥 ‘S자’가 아니라 ‘뱀-똬리’처럼 살벌하게 꼬여 있어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다.

사진 설명: 구인사 / 사인암 사진 설명: 선암계곡 /  수양개 빛 터널

단풍은 아니지만 연인끼리라면 보석처럼 빛나는 ‘수양개 빛 터널’도 찾아보길 권한다. 일제강점기에 지하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져 수십 년간 방치됐던 수양개 터널을 빛 터널로 깜짝 변신시킨 곳으로, 단풍과는 또 다른 색으로 반짝거려 환호성을 지르게 한다.


Travel Tip
단양의 맛, 마늘요리 단양의 맛, 마늘요리
단양은 마늘의 고장이다. 조직이 단단하고 미네랄 함량이 높아 찾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엔 마늘 자체보다 마늘을 소재로 한 요리가 더 인기 있다. 마늘 정식부터 마늘 석갈비, 마늘 치킨, 마늘 더덕구이, 마늘 순대까지 있다. 여기에 마늘 양갱과 마늘 아포가토, 새우 마늘 만두, 마늘 빙수, 마늘빵 등 마늘을 소재로 한 디저트까지 다양해 ‘단양=마늘요리 천국’ 같다. 그만큼 맛볼 수 있는 곳도 많은 편이다. 마늘 정식과 석갈비 같은 요리들은 단양 읍내에 있는 식당들에서 맛볼 수 있고, 만두나 빵 등 주전부리로 판매되는 것들은 읍내 구경시장에서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구경시장은 원래 1, 6일에 장이 서는 오일장이나, 지금은 매일 문을 여는 곳이 많아 상설시장처럼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