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슈

물 따라 삶 따라, 역사 속 물 이야기

지난 10월 12일, SBS에서 방영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서는 1984년 서울대홍수 당시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은 홍수로 잠겨가던 절체절명의 순간, 서울을 지켜냈던 소양강댐과 댐을 지킨 사람들이었다.

1973년 준공해 올해로 50돌을 맞이한 소양강댐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이자, 대규모 물관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반백 년 동안 홍수 피해 예방과 더불어 수도권의 용수 공급, 전력 생산 등 제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소양강댐

▲ 소양강댐

이처럼 댐은 우리 일상을 지켜주는 버팀목의 역할을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댐의 30% 이상이 노후화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소양강댐을 포함해 경북 안동댐, 충북 대청댐, 전북 섬진강댐 등 국내 주요 댐의 경우,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다. 기후 위기로 물 재해가 빈번해짐에 따라 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댐 안전성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물그릇의 중요성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 볼 때, 산지와 하천이 발달했다. 이 때문에 비가 오면 물 대부분이 하천을 따라 바다로 빠르게 유입된다. 여기에 연 강수량의 2/3가 여름철에 집중돼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수자원 관리체계가 부족했던 과거 1960년대에는 유입 수량 1,140억㎥ 중 실제 활용하는 수량은 7% 남짓인 80억㎥에 불과했다. 1)

다시 말해 홍수의 위험성과 가뭄의 취약성이 공존했던 상태. 시간이 흐를수록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고, 가뭄에 대비하며 필요한 수자원을 확보하는 등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졌고, 해결책으로 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제1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도 대형 댐들이 지어졌고, 현재 다목적댐, 생공용수댐, 홍수조절댐 등 목적에 따라 건설된 1만 8천여 개의 댐이 물그릇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는 중이다.


전국의 댐 현황

(단위 : 개소)
전국의 댐 현황
관리기관\건설시기 '45년 이전 '46~'59 '60~'69 '70~'79 '80~'89 '90년 이후
한국수자원공사 0 0 4 5 6 15 31
한국수력원자력 4 1 2 3 1 9 20
한국농어촌공사 1,461 625 533 330 187 176 3,312
지방 시·군·구 8,093 1,416 3,079 1,209 356 175 14,328
총 계 개소 9,558 2,042 3,618 1,547 550 366 17,681
비율 56.5% 9.9% 21.5% 8.4% 2.5% 1.2% 100%

(출처 : 한국대댐회 누리집)

댐도 나이가 든다


댐의 물리적 수명은 대개 50년~100년 정도로 본다. 인간이 나이가 들면서 노쇠하듯, 댐 역시 준공 시기가 오래됨에 따라 퇴적물이 쌓여 저수용량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준공된 지 30년 이상 공용된 시설물을 ‘노후화 시설물’이라고 부른다.


노후화 시설물 현황

노후화 시설물 현황
구분 교량 터널 항만 건축물 하천 상하수도
2020년 기준
시설물수
31,806 4,746 487 613 99,120 6,246 2,102
준공 후 30년 이상
시설물수
5,926 642 105 389 16,118 1,277 406
비중 18.63% 13.53% 21.56% 63.46% 16.26% 20.45% 19.31%

(출처 : 2021 시설물 통계연보)

‘2021 시설물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제1종시설물, 제2종시설물에 해당하는 댐 613개 가운데,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댐이 389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다른 시설물에 비해 3배가량 높은 수치. 우리나라의 댐의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 제1종시설물: 공중의 이용편의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거나 구조상 안전 및 유지관리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대규모 시설물
· 21층 이상 건축물, 연장 500m 이상 교량, 광역상수도 등
** 제2종시설물 : 제1종시설물 외에 사회기반시설 등 재난이 발생할 위험이 높거나 재난을 예방하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시설물
· 16층 이상 공동주택, 다중이용건축물, 연장 100m 이상 교량, 지방상수도 등

이에 따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2021 시설물 통계연보’에 제시된 댐별 안전등급 평가 결과, 30년 이상이 지난 댐 가운데 A등급(우수)과 B등급(양호)을 받은 댐은 104개에 불과하다. C등급(보통)과 D등급(미흡)을 받은 댐은 각각 283개, 1개. 시설물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C등급은 ‘주요부재에 경미한 결함, 보조부재에 광범위한 결함이 발생한 시설물로, 내구성, 기능 저하 방지를 위한 보수가 필요하거나 보조부재에 간단한 보강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즉, 노후화 댐 중 절반에 가까운 댐이 안전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노후 댐(준공 후 30년 이상) 안전등급

사진설명 : 노후 댐(준공 후 30년 이상) 안전등급, 단위 : 개소, A등급 3 / B등급 101 / C등급 283 / D등급 1 / E등급 0 / 미지정 1, 출처 : 2021 시설물 통계연보

(출처 : 2021 시설물 통계연보)

* E등급(불량) : 주요부재에 발생한 심각한 결함으로 인해 시설물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하는 상태
** 미지정 : 준공 후 정밀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실시시기 미도래로 등급 미지정



이미 기후위기는 시작되었다


댐 유지보수에 대한 중요성은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이 지속되면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댐은 100년에 한 번 오는 폭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2)


하지만 최근 들어 강우의 양상을 보면 준공 당시와 다르게 빈도가 잦고 규모도 크다. 기상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100년 빈도 극한 강수량(187.1∼318.4mm)이 20년 후에는 29%, 40년 후에는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100년에 한 번 꼴이던 극한의 폭우가 50년, 20년, 매년 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3)


만약 다가오는 기후위기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노후 댐은 ‘붕괴’라는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3년 9월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리비아에서는 대홍수로 인해 2개의 댐이 파손되면서 막대한 양의 물이 도시로 범람했으며, 2만 명이 실종·사망하는 인명피해를 낳았다.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이번 재해의 원인으로 언급되는 건 댐 노후화와 안일했던 유지보수. 무너진 두 댐은 각각 1973년, 1977년 건설되어 준공된 지 50년 정도 된 노후 댐이었으며, 2002년 이후로는 댐 붕괴 위험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홍수 여파로 폐허가 된 리비아 데르나

사진설명 : 대홍수 여파로 폐허가 된 리비아 데르나

1973년에 지어진 소양강댐은 리비아의 무너진 두 댐과 연식이 비슷하다. 즉, 재난영화를 연상케 하는 리비아의 댐 붕괴 사고가 우리나라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다목적댐이자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사력댐인 소양강댐은 높이 123m, 제방 길이 530m, 저수량 29억 톤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데 기상이변으로 소양강댐이 치수량을 훌쩍 넘기고, 결국 무너져 내린다면? 소양강댐 주변의 지역은 물론 한강이 흐르는 수도권 지역은 재해를 피할 수 없다.

댐 노후화 그리고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지금, 물 재해로 인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신규 댐 건설이다. 하지만 이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준공 후 30~50년 된 기존 노후 댐 ‘리모델링’을 제시하기도 한다. 댐 높이를 높여 저수용량을 확보하고, 상류에 보조댐을 만들어 본댐에 쌓이는 오염원을 막아 수질 개선은 물론 댐 수명도 더 오래 유지하자는 식이다. 이 방법은 이미 댐이 지어진 곳에 추가하는 것이기에 수몰되는 면적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진설명 : 다목적댐

▲ 다목적댐

농업용댐이나 저수지를 농업용수 공급 외에도 홍수와 가뭄에도 쓸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가뭄이 잦은 영산강, 섬진강 유역의 농업용댐을 다목적댐으로 전환시켜 치수 능력을 높이고, 홍수와 가뭄을 대비한 예방 인프라로 확대하는 것이다.



수혜(水惠)가 수해(水害)로 되돌아오기 전에


정부는 기존 ‘신규 댐 건설’ 중심의 정책에서 노후화된 댐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수자원의 효율적·지속가능한 ‘댐관리 중심’의 ‘댐관리기본계획’ 제도를 수립 및 시행하며 위기 대처에 나섰다. 2022년부터 시행된 이번 제도는 국가 주도의 댐 건설로 용수 공급과 홍수 예방 등 대부분의 기반이 마련된 반면, 노후화된 댐이 많아 댐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커져 진행되었다.

추후 댐 시설의 관리계획, 댐 저수 운영, 물환경보전계획 및 댐 주변 지역 친환경 보전 방안 등을 담아 10년마다 수립할 계획이며, 5년마다 계획의 타당성을 검토·반영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2020년부터 댐 관리에 드론, 디지털트윈,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스마트댐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며 댐 성능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인포그래픽

앞서 언급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댐 붕괴 사고에 대해 “화재는 재라도 남지만, 물은 흔적도 안 남는다”라고 표현했다. 그간 댐으로 이뤄왔던 수많은 혜택, 지금까지 누려온 수혜(水惠)가 수해(水害)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후화와 기후위기에 대한 촘촘한 대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
1)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31102010004557
2) https://www.ytn.co.kr/_ln/0103_202310220625478173
3)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1009/121586979/1
· 한국대댐회 누리집
· 국토안전관리원, 2021 시설물 통계연보
· 이동범 외 2인, 노후댐 보수보강을 위한 침투그라우팅 효과분석(2018)
· 한겨례, 30년 이상 노후 댐 615개 중 63%…‘물폭탄’ 안고 산다(2023)
· 동아일보, 기존 댐 더 높이고 상류에 보조댐 설치… ‘물그릇’ 키워 기후위기 대응(2023)
· YTN, 앞으로 또 50년...소양강댐, 기후변화 이기려면?(2023)
· 조선일보, 나라 분열이 초래한 리비아 대홍수 비극(2023)

한건연 정책분과위원장 기고, 물 재해 예방 절실, 불확실성 대비한 물그릇 확보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