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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주헌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10년간 지속되는 가뭄이 온다면?
작성일
2024-04-30
조회수
121
10년간 지속되는 가뭄이 온다면?
이 주 헌
국가물관리위원회 간사 / 중부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지난 12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세미나가 ‘재난관리 책임기관 간 효율적인 가뭄 공동대응을 위한 선결과제’라는 주제로 열렸다. 행정안전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가 가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협력과 조율이 필요한 중앙 부처와 지자체는 물론 가뭄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기상청과 한국수자원공사(K-water)·농어촌공사 가뭄센터까지 참여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가뭄 모니터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2018년 관계부처 합동 가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과학적인 가뭄 대응 체제로 전환됐다. 다양하고 정확한 방법으로 가뭄을 감시하고 있으며, 그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가뭄이 왔음을 인지할 때는 이미 늦었다’는 말처럼 가뭄을 정확하게 감시하는 것만이 가뭄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대책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2022년 여름부터 지난해 봄까지 이어진 전남 지역의 가뭄은 최근 발생했던 가뭄 중 최악이었다. 발전·농업 용수를 연계해 생활·공업 용수로 공급하는 워터 그리드(Water Grid)가 실행됐고, 주민이 제한 급수에 동참하는 등 여러 대책이 동원됐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다양한 대책이 마련된 가뭄이었던 것이다. 물차를 보내고, 관정을 개발하는 과거의 임시방편적 대책이 아니라 지역의 물공급 체계를 전환하는 항구적 가뭄 대책을 마련했다. 이는 가뭄 대응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가뭄이 오면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없는 물을 만들 수도 없어 대안은 한정된 수자원을 적게 사용하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Recycle)하는 방법밖에 없다. 과연 우리는 이런 불편함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을까 반문해 본다.
정부는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각종 수자원 인프라를 건설하고, 다양한 물공급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번 국가물관리위원회 세미나에서도 모인 의견으로, 국민과 기업이 가뭄에 스스로 대처해 물 사용을 줄이고 가뭄 적응 훈련을 하는 등 시민 인식 변화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은 공업용수를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고, 국민은 물 소비량을 과감하게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내일부터 10년간 가뭄이 지속된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지금처럼 풍족하게 물을 공급하는 정책이 반드시 좋은 대책은 아닐 것이다. 우리 기억에는 없지만 조선 말 측우기 기록을 보면 사상 최악의 가뭄이 20년 동안 지속된 적이 있다. 이런 재해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되기 마련이다. ‘가물에 돌친다’는 속담처럼 극한 가뭄이 닥치기 전 우리 모두 재해 대응을 위한 준비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