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 / 세종대학교 총장

그린 스완, 기후변화시대의 물 위기와 해법

배 덕 효
국가물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 / 세종대학교 총장

그린스완(Green Swan), 기후변화가 자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인류 사회‧경제에 가져올 파괴적 위기를 경고하는 의미로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이 2020년에 최초로 제시했다. ‘불확실한 위험’을 가리키는 블랙스완(The black swan)을 그린스완으로 변형하여 기후 위기 발생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했다.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열에너지의 가장 큰 저장고인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해양이 대기에 미치는 영향이 강력해지면서 극한 가뭄과 홍수 등 기후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극한 기상 관련 재해의 피해액이 2백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산불로 이틀만의 서울시 면적의 약 3분의 1을 태웠고, 동부 켄터키주에서는 불과 24시간 만에 200mm가 넘는 기습 폭우가 내려 수백 명의 실종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8월 시간당 100mm가 넘게 쏟아진 폭우로 인해 서울의 강남, 서초 등이 침수되어 도심이 마비되는가 하면, 포항에서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났고, 포항제철소는 공장 설립 이후 처음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반면, 광주․전남 지역은 지금까지 극심한 가뭄으로 주요 식수원 중 하나인 주암댐은 1992년 준공 이후 가장 낮은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회색 코뿔소처럼, 기후변화를 우리에게 달려오는 위험으로 인식한다. 이에 걸맞게 물 정책도 기후변화 압력으로부터 회복력을 갖춘 탄력적 물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과거 경험과 오차 기반의 대책에서 탈피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향후 물관리 정책의 목표는 ‘통합물관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물 복지 실현’이다. 수질과 수량, 하천의 관리 일원화를 통해 통합물관리 기반은 마련되었다. 이제는 국민이 안심하는 물 서비스 제공과 물 재해로부터 안전한 환경 구축이 과제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통합물관리를 위해 다음 과제들을 역점을 두어 추진하려고 한다.

첫째, 계곡으로부터 지하수, 강과 바다까지 이르는 물의 흐름과 문제점에 대한 종합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녹조 같은 수질 문제 해결을 위해 오염원 관리를 강화하고, 유역 단위에서 건전한 물순환이 이루어지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장애물을 개선해야 한다. 물관리위원회가 전문성과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이행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예측 불가능한 극한 가뭄과 홍수에 대비해 물 인프라 개선과 함께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에도 집중해야 한다. 또한 기존 수자원 시설은 리모델링으로 물 공급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용수댐 외에 농업용 저수지, 발전댐 등 물 공급 시설 전반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스마트 워터그리드1) 를 구축하고, 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으로 탄소중립에도 기여해야 한다. 미래 기후변화를 고려한 홍수 방어 목표를 설정하고, 물 부족에 대비해 다각적인 수자원 개발에도 노력해야 한다.

셋째, 우리의 강점인 IT(정보기술)를 접목한 물관리 기술을 개발, 활용하도록 통합물관리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물 산업은 회복력을 갖춘 물 환경 조성을 위해 필수 인프라이면서,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물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도록 물 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전담 기구 설치 등 정부의 관심과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올해는 적도 동태평양에 엘니뇨2) 발생이 전망된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3년과 다른 이상 기후가 발생할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미래 세대와 생태계의 안전한 물 이용을 위해 핵심 공공재인 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지혜를 모으고 실천할 때이다. 기후변화 위기를 우려하는 그린 스완이 녹색경제로의 전환이라는 해결책이 되도록, 기후 위기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때이다.

1)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급수 대상 구역에 공급하는 수돗물의 관로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체계.
2) 남아메리카 열대 지방의 서해안을 따라 흐르는 바닷물이 몇 년마다 한 번씩 유난히 따뜻해지는 이상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