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슈

세계를 바꾼 물의 반란 ‘가뭄’

최근 1년간 광주·전남 지역의 누적 강수량이 50년 내 두 번째로 적어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이상 가뭄 현상은 4월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역의 물 공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표 1  최근 6개월 전국 누적 강수량 현황(’22.7.3. ~ ‘23.1.2.)

80일 넘게 가뭄 ‘심각’ 단계가 유지된 섬진강댐의 저수량은 예년 대비 52.5%에 불과하다. 이대로 가뭄이 계속된다면 6월에는 섬진강댐 저수율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단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4월부터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게 되면 6월에는 공급할 물이 없어, 먹을 물마저 부족할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김제, 정읍 등 인근의 농업용수 80% 이상이 섬진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 2  전국 다목적댐·용수댐 저수량 현황(1.2. 기준)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은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낮아진 수위 때문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독일 군함이 모습을 드러냈고, 중국에서도 가뭄으로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 맨손 낚시, 금속탐지기로 옛날 동전 찾기가 성행하기도 했다.

물이 부족할 수 있다는 위험은 아프리카나 사막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파울로, 멜버른, 자카르타, 런던, 베이징, 이스탄불, 도쿄, 멕시코시티, 바르셀로나 등의 대도시들도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면 사용할 물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까지 대부분 국가에서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가뭄 사진

가뭄은 인류사를 바꿀 정도로 큰 재앙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미국 플로리다 대학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마야 문명 멸망의 배후에는 800년과 950년 즈음 발생한 심각한 가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수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물을 확보하기 위한 도시 간 전쟁이 발발했고 결국 멸망에 다다른 것이다.

1812년 발생한 홍경래의 난 배후에도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이 지목된다. 신라 말기에도 잦은 가뭄으로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농민반란이 확산됐고, 결국 국운이 다하고 말았다.

현대에도 가뭄은 국가를 넘어 국제정세를 뒤바꾸고 있다. 특히 2010년 대가뭄은 ‘아랍의 봄*’으로 이어지며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뒤집어 놓았다.
* 아랍의 봄 : 2010년 12월 18일 튀니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됨. 이후,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등 아랍 세계로 번진 민주화 운동.

다음 해 3월에는 시리아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가 시작됐고 지금까지도 최악의 내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은 점차 잦아지고 강도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당장은 남부지방, 그중에서도 섬진강 유역의 가뭄이 심각하지만, 미래에는 한강 유역 전체로 물 부족 현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심화하는 가뭄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물 부족으로 인한 재난은 더는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기후 위기의 가속화를 막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재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