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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국민대학교 교수 / 해상 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연구단 단장

가뭄 극복을 위한 대안, 신개념 해수 담수화

이 상 호
국민대학교 교수 / 해상 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연구단 단장

기후변화는 여러 가지 예상하지 못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가뭄과 이로 인한 물 부족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남부지역에 심한 가뭄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월 가뭄 예·경보 및 국가가뭄통계’에 따르면 지난 6개월 전국 누적 강수량은 642.3㎜로 평년의 108.6%이지만, 광주와 전남지역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66.8%에 불과하다. 또한 영남지역에서도 합천댐 등 낙동강 권역의 4개 댐도 가뭄 ‘주의’ 단계로 격상되어 관리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은 도시와 산업단지 등에서의 물 공급에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기존의 물 공급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도서(섬) 지역은 가뭄의 영향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 전남 완도의 경우 지난해 강수량은 765㎜로 평년의 53%에 그치며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으며, 완도군 전체 10개 수원지 저수율도 2월 8일 기준으로 평균 23.4%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로 인하여 현재 금일도, 노화·보길도, 소안도, 넙도 등 지역에서는 제한 급수가 시행되어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급수차와 철부선을 이용하여 인근 저수지로부터 비상용수를 공급하고 있으나, 필요한 양을 공급하기에는 부족하며 인근 수원이 고갈될 때는 대안이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가뭄은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계속 나타날 수 있으므로 항상 안정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다시 재조명되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해수 담수화다. 지구상 물 총량 중 96.7%에 해당하는 해수는 바로 사용할 수 없지만 해수 담수화를 통하여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해수에서 염분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주로 ‘역삼투막’이라고 하는 특수한 소재를 이용하고 높은 압력으로 깨끗한 물만 추출하게 된다. 해수 담수화 시설의 용량은 국가별,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으며 세계 최대규모의 역삼투 담수화 플랜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Rabigh 플랜트는 하루 약 60만 톤의 물을 생산할 수 있다. 다만 해수 담수화는 기존 수자원 확보 기술에 비하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수자원이 부족한 도서 지역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또한 이번 가뭄과 같이 발생 강도와 장소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미리 해수 담수화 시설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최근 다양한 신개념 담수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도서 지역 물 부족 해소를 위한 기술로 “해상 이동형 해수 담수화 플랜트” 기술이 2018년 4월부터 환경부의 지원으로 개발 중이다. 본 기술은 담수화 장치를 탑재한 선박을 이용하여 물이 부족한 지역에 담수를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개발 기술의 실증화를 위하여 하루 300㎥의 물 생산이 가능한 담수화 선박을 제작하였으며 테스트베드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 담수화 선박은 2022년 12월과 2023년 1월에는 심각한 가뭄피해를 겪고 있는 전남 소안도에 긴급 투입되어 물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데 기여하였다. 연구과제 종료 후 2024년부터 담수화 선박을 본격적으로 활용한다면 국내 도서 지역의 가뭄피해 완화와 안정적 물 공급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 국가에 수출이 추진되고 있으므로 환경 기술의 수출산업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설명: (왼쪽) 담수화 선박에서 철부선 내 급수차에 담수 공급 / (오른쪽) 선박 내 설치된 역삼투 담수화 장치

▲ (왼쪽) 담수화 선박에서 철부선 내 급수차에 담수 공급 / (오른쪽) 선박 내 설치된 역삼투 담수화 장치

앞으로 예상되는 가뭄과 물 부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개념 해수 담수화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적 방안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단지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중대규모 저탄소 친환경 담수화 플랜트 기술의 개발과 적용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으며, 운영 효율 향상을 위한 첨단 디지털 기술과 수자원·담수화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의 해수 담수화 기술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후 위기를 새로운 환경산업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추진하기 위한 산·학·연 공동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