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운
2022-2023 전남지역 가뭄과 물관리를 위한 지자체의 역할
이 주 헌
국가물관리위원회 간사 / 중부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Ⅰ. 서론
가뭄은 유역에 유입 가능한 강수의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강수의 부족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피해가 가중되고, 한번 시작된 가뭄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오랫동안 지속되는 특징을 갖는다.
강수의 부족은 인간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다목적댐 및 농업용 저수지 등의 저수량 부족과 연관될 수 있으며, 장기 가뭄으로 인한 용수 부족 상황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토양수분, 하천 유지 용량 등의 부족에 따른 식생 및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가져오는 환경적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환경부, 농림부, 행안부, 기상청 등을 중심으로 하여 가뭄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그중 하나로 객관화한 정량적 수치 및 범례를 기준으로 가뭄 상황에 대한 사전 경보를 하는 것이다. 다만, 인간 생활의 피해를 중심으로 기관별 가뭄 대응이 구분됨에 따라 여러 가뭄 정의 중 주로 기상, 농업, 수문학적 가뭄 상황을 중심으로 적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알려진 바로는 개발된 가뭄지수만도 전 세계 약 150여 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Niemeyer, 2008). 그중 기상학적 가뭄지수인 표준강수지수(Standardized Precipitation Index, SPI)가 가뭄 심도와 상황을 평가를 위한 대표적인 가뭄지수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기상학적 가뭄으로 정의될 수 있는 강우량의 부족이 가뭄피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기상학적 가뭄에 연계하여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뭄피해 양상에 따라 그 피해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가뭄피해 영향 범위를 확장한다면 환경, 생태, 사회적 가뭄지수 등 다양한 범주에서 가뭄이 정의될 수 있고, 정의별 가뭄지수 개발 및 지수별 변수 적용을 통해 정량화된 결괏값으로 제시될 수 있음에 따라 다양한 측면의 가뭄 평가 및 대응 방안도 함께 고려될 필요성이 있다(Zarger, 2011).
본 원고는 2022~2023년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가뭄을 대상으로 하여, 기상, 농업, 수문으로 대표되는 가뭄 분석 외에도 다양한 범주의 가뭄 평가를 통한 전남지역 가뭄 발생 특성을 살펴보고, 중앙부처 위주의 가뭄대책에서 향후 지자체와 시민이 참여하는 가뭄 대응을 위해서 지자체의 역할을 고찰하고자 한다.
Ⅱ. 2022-2023 전남지역 가뭄 발생 현황
‘22년 발생한 전남지방 가뭄은 장기적인 강수 부족이 지속되어 기상학적 가뭄이 생⋅공용수 가뭄으로 전이되는 양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전국 및 남부지방 6개월(22.06.09~12.08) 누적 강수량 현황을 보면 전국 강수량이 931.4mm로 평년 대비 94.0%를 기록한 반면에 남부지방 평균 705.5mm (70.6%)를 기록하였고, 특히 전남지역은 596.5mm로 평년 대비 62.2%를 기록하였다.
전남지역의 최근 5년간(‘18~22년) 강우 발생 평균과 비교하는 경우 3월을 제외하고는 월별 강우 발생이 현저히 낮았으며, 전체 평년 평균과 비교를 통해서도 ’22년 1월부터 23년 3월까지 15개월 동안 ‘22년 3월 및 23년 1월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다.
장기간 강수 부족은 다목적댐 저수량 부족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되며, 우리나라 전체 평년 대비 99.6%의 수준에 비해 섬진강 유역이 54.8%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 [그림 1] 전남지역 월별 강우 이상치(최근 5년) 및 월별 강우 증감률(평년 대비) 검토
구분 | 다목적댐 | ||||||
---|---|---|---|---|---|---|---|
전체 | 한강 | 낙동강 | 금강 | 섬진강 | 기타 | ||
저수율(%) | 금년(A) | 7,053 | 3,824 | 1,431 | 1,324 | 309 | 164 |
평년(B) | 7,084 | 3,236 | 1,744 | 1,347 | 564 | 193 | |
평년 대비 (A/B, %) | 99.6 | 118.2 | 82.1 | 98.3 | 54.8 | 85.0 |
▲ 22년 11월 1일 기준 다목적댐 저수량 현황
다음 그림 2는 광주 및 전남 기상 관측소의 지점별 표준강수지수(SPI3) 결과에 대한 월평균 결과를 도시하였다. 지수가 음(-)의 값을 나타내면 가뭄이고 양(+)의 값을 보이면 홍수로 이해하면 된다. 그림과 같이 ’22년 한해 가뭄 발생이 다른 해에 비해 빈번함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림 2] 전남 및 광주지역 월별 평균 SPI 3 산정 결과 도시
다음은 전남지역 생⋅공용수 공급의 주 수원중 하나인 주암(본)댐 월별 저수량으로 ‘22년을 포함한 ’01, ’08, ‘15, 17년 등에서 평균 저수량 이하가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 [그림 3] 주암(본)댐 월별 저수량 (기간 2000.01~2022.12)
2000년대 가뭄 특성을 보면 ‘22년 한 해 빈번한 강수 부족 및 주암(본)댐 평균 저수량 이하의 지속을 보였다. 다만 이것이 ‘22년 전남지역 가뭄피해가 역대 최대라고 판단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가뭄피해의 공식적인 기록이 제한 급수, 운반급수, 제한운반급수에 따른 피해기록을 중심으로 2007년부터 이루어지고 있음에 따라 그림 4와 같이 나타내는 경우 기록된 기간 중에 ‘22년 11월이 가장 큰 피해를 가져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가뭄피해 기록과 SPI 및 주암(본)댐 장기적 평균 저수량 이하가 발생한 해를 비교하는 경우 ‘15년은 저수량, ‘17년 및 ‘22년 강우 및 저수량 부족에 따른 가뭄피해 발생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림 4] 전라남도 월별/연도별 가뭄 피해 인구수 (출처 : 국가가뭄정보 원맵서비스)
Ⅲ. 기상, 농업, 수문학적 가뭄의 평가
가뭄 정의는 크게 기상, 농업, 수문학적 가뭄으로 구분되며, 유역의 강수 부족에 따른 기상학적 가뭄 발생은 농업 및 수문학적 분야로 전이되면서 순차적인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본 절에서는 주암(본)댐이 위치하는 순천지역을 대상으로 기상, 농업 및 수문학적 가뭄 평가를 하였다.
기상학적 가뭄 평가는 주암댐 일 단위 면적 평균 강우량에 따른 1, 3, 6, 12개월의 누적 강수량으로 평가되는 4가지의 가뭄지수를 적용하였고, 농업 및 수문학적 가뭄은 각각 댐 저수량 및 저수지 저수율을 토대로 적용하였으며, 자료 기간은 일 단위로 비교 도시하였다.
다음은 SPI 6의 산정 결과로 2022년 4, 5월의 가뭄 평가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그림 5] 현행 가뭄 예·경보 기준 및 주암댐 유역의 기상학적 가뭄지수(SPI 6) 산정 결과
농업적 가뭄 평가를 위해서는 자료 수집이 가능한 순천지역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 자료를 대상으로 적용하였다. 현재 수집 가능한 농업용 저수지 자료는 약 3,426개이며, 전체 저수지 중 약 1/3이 전남지역에 위치하며, 순천에는 주수원 20여 개소가 있다.
순천지역 20개 저수지 평균자료를 이용한 순천의 예년 및 심각, 경계, 주의, 관심 기준값을 일별로 산정하였다(그림 6). 일별 ‘22년 저수율 추이도 함께 도시하였다.
산정 결과 22년 7월 예년 대비 40%에 근접함에 따라 가뭄예경보에서 농업용수(논) 분야 가뭄의 경우, ‘관심’ 경보가 1회 발생하였다.
▲ [그림 6] 순천지역 농업용 저수지 일평균 예년 및 ‘22년 저수율
주암(본)댐의 예년 평균 대비 일별 저수량 변화 검토를 통해 예년 대비 2021년 7월부터 저수량의 지속적인 부족을 확인하였고, 그 부족량이 22년 1월부터 23년 3월까지 15개월간 평균 약 68.1(백만㎥)이며, 9월이 123(㎥/s)으로 가장 큰 부족량으로 나타났다.
국가 가뭄 예·경보 발생 현황에서는 7월 생공용수 분야 가뭄이 “관심”에서 8월부터 “경계” 상태가 지속되었다.
▲ [그림 7] 주암(본)댐 예년 대비 ‘22년 일별(좌) 및 월별(우) 저수량 변화
Ⅳ. 환경-생태 분야 가뭄 영향의 고찰
가뭄이 발생하면, 물이 부족해지고 결국, 물 수요 중심에서 서로 간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부족한 수자원의 공급에서 생공용수가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뭄에 의해서 환경-생태계 분야에 발생하는 영향을 감시하고 대책을 만들지 않는다면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관심 전환을 통해 인간 중심의 물 사용 측면을 벗어난 환경 및 생태 등 여러 측면의 가뭄 영향 검토가 필요하며, 이러한 흐름은 통합물관리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있다.
본 절에서는 주암댐 유역을 대상으로 환경, 생태적인 가뭄 평가를 검토해 보았다.
환경가뭄 평가에는 하천, 호소의 수질을 평가하기 위해 주암(본)댐 부근의 보성강 7 수질 측정망의 수질항목별(BOD/ T-P/TOC/EC) 측정 자료와 함께 주암(본)댐의 댐 유입량, 저수율 증감률을 함께 비교하였다.
검토 결과 최근 5년 평균 대비 ‘22년 저수율, 유입량이 각각 36.6, 68.6(%)로 감소하는 반면에 BOD, T-P, TOC, EC가 각각 2.5, 14.4, 18.2, 25.3(%)로 증가함에 따라 장기간 지속되는 가뭄에 의해서 수질 악화가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림 8] 주암(본)댐 최근 5년 평균 대비 댐 및 수질 항목별 증감률 도시
가뭄은 유역의 식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EDCI-veg(Ecological Drought Index of Vegetation)는 가뭄의 식생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따른 생태적 가뭄 평가 지수 중 하나이다. EDCI-veg는 이변량 결합분포를 기반으로 생태가뭄 상태지수를 산정하며, EDCI-veg 지수가 1보다 큰 경우 가뭄이 식생에 주는 영향 정도가 큰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림 9는 EDCI-veg 산정 결과, 그림 10은 남부지방의 EDCI-veg 영향 정도를 공간적으로 나타내었다. 결과적으로 6월부터 남부지방 중심의 가뭄 영향이 나타났고, 전남지역은 11월에 영향 정도가 심각하였으며, ‘23년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영향을 보이고 있다.
▲ [그림 9] 전남지역 ‘22년 EDCI-veg 산정 결과 도시
▲ [그림 10] 남부지역 ‘22년 EDCI-veg 산정에 따른 공간적 생태가뭄 평가
Ⅴ. 효과적 가뭄 대응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
가뭄은 자연적인 현상이라서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대표적인 물 관련 자연재해의 하나이다. 비교적 지속 기간이 길어지므로 대응이 쉬울 것 같지만 가뭄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물 부족은 갑자기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즉, 평상시에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물 공급 체계와 시민의 적극적 물 절약 인식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가뭄이 지나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물 공급 체계와 정책이 중앙정부(환경부, 농림부 등) 위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경우에는 가뭄 발생 시에 중앙정부의 대응을 기대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도 가뭄 대응과 준비를 위해서 할 일이 많다. 가뭄 대응은 중앙정부, 지자체, 국민이 각자의 역할을 준비하고, 연습하고 대응할 때 오랜 기간 물 부족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이번 2022-2023 전남지역의 가뭄 대응을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근래 보기 드문 협업체계가 과거의 어떤 가뭄보다도 잘 진행된 것 같다. 지자체의 발전은 행정적 수준과 경제적 자립 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평가될 수 있지만, 홍수와 가뭄 같은 자연재해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를 보면 지자체의 자치 발전 정도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가뭄 대응을 위해서는 적어도 광역자치단체는 중앙정보와는 별도의 지역의 물 수급 상황을 반영된, 특화된 가뭄 관리대책이 수립되어 있어야 하며, 기초자치단체의 참여와 시민의 참여가 동반된 가뭄대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치 발전이 재해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Zargar, A., Sadiq, R., Naser, B., and Khan, F. I. (2011). “A review of drought indices.” Environmental Reviews, 19, pp. 333-349
Niemeyer, S. (2008). “New drought indices.” Options Mediterraneennes. Serie A: Seminaires Mediterraneens, 80, pp. 267-274.
국토연구원(2023). 광주⋅전남지역 가뭄 심화에 따른 가뭄 대비·대응체계 개선방안 – 2023 가뭄 현장조사 및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