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운
해마다 이맘때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전국의 하천이 녹색으로 걸쭉해진다. 심각한 악취가 풍기고 접근하기도 힘든데 하천에는 평소 보이던 물고기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카페라테에 비교해 ‘녹조라테’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해는 봄 가뭄에 더위가 일찍 시작돼 녹조도 일찍 발견되면서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하천변에 야적 퇴비를 주인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고발하고 가축분뇨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 대청호 녹조사진
녹조 제거 선박도 14대에서 내년에 20대를 추가해 34대로 늘리고, 에코 로봇도 2대에서 22대로 늘릴 계획이다.1)
녹조가 뭐길래 정부가 관리대책까지 수립하는 것일까?
물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인 식물성 플랑크톤이 살고 있고 이를 조류라고 부른다. 조류는 지구에 산소를 만들어준 최초의 생물이기도 하다.
조류가 만들어내는 산소를 수중동물이 흡수하고, 조류 그 자체가 새우나 물속 생물들의 먹이가 되어 준다.
조류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밥상에서 만날 수 있는 김이나 파래, 몸에 좋은 영양제인 클로렐라도 모두 조류의 일종이며, 녹조의 원인이 되는 남조류도 있다.
조류 자체가 식물성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산한다. 그런데 물속에 유입되는 영양분이 많아지면 녹조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여기에 높은 기온이 빠른 증가를 부채질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녹조의 일종인 남조류가 급격히 늘어나면 물이 녹색으로 변하면서 냄새가 나고 마시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아울러 대기 중의 산소가 수중으로 흡수되는 것을 녹조가 막기 때문에 산소가 모자라게 된다. 조류 자체가 산소를 생산하기는 하지만, 대기 중에서 유입되는 산소를 막는 역할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산소가 줄어들고, 생물들도 살기 힘든 조건이 되면서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수생태계가 파괴되면 오염된 물과 적은 산소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모기, 파리 유충, 소금쟁이 등의 생물만 남으면서 물이 늪지대처럼 변한다. 이러한 현상이 강에 생기면 녹조이고 바다에 생기면 적조이다.
한 달 일찍 찾아온 낙동강의 녹조로 벌써부터 비상이다. 더군다나 올여름 유례없는 무더위가 예고돼 녹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녹조를 부추기는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막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단편적인 계획으로는 녹조를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물이 위기에 처하면 생명도 위기에 처한다. 우리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강이 보내는 비상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1) 환경부 보도자료 ‘녹조 종합대책 시행…오염원 관리강화’ (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