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운
마이애미 강 이름은 아메리카 인디언 언어로 '달콤한 물(sweet water)'이라는 뜻이다.
누구는 가밴드, 리오라토네스, 프레시워터, 레몬강이라 부른다. 마이애미 강은 자연 상태에서 발원했는데, 20세기 이후 화물 선박이 강을 독차지하면서 환경오염, 불법 선적 행위가 뒤따랐다.
마이애미 강 그린웨이 프로젝트 (Miami River Greenway Project)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린웨이(Greenway)는 1968년 도시설계가 윌리엄 와이트에 의해 처음 소개된 개념인데, 수변공간을 계획할 때 공원과 자연, 문화, 역사적인 장소 등을 다른 주요 장소들과 연결하려는 노력이다.
마이애미강 역시 양변을 따라 공원과 지역 거점, 시설을 연결해 보행자 도로를 조성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하천 공간과 배후지 도시공간을 나누지 않고 하나의 유기체로 만든 것, 마이애미 강 위원회를 통해 지금도 ‘하나의 목소리’를 실천해가고 있다.
달콤한 물은 결국 북대서양 바다로 흐른다. 그 지점이 마이애미 항이다. 항구 입구와 베이프런트 공원 사이에 위치하는 베이사이드 마켓 플레이스는 매년 전 세계에서 마이애미를 방문하는 2,700만 명이 다녀간 곳일 터.
이국적인 분위기의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가 즐비해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장소다.
어디든 떠나고 싶다면? 마이애미 항으로 가면 된다.
부두에 멈춰 선 새하얀 유람선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막 기적을 울린 거대한 유람선보다 마이애미를 향해 손을 흔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여행객이 더 설레게 한다.
항구에는 크고 작은 요트와 선박도 많다. 항구를 따라 작은 카페도 많아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마이애미 하면 바로 미국 최대 휴양지 ‘사우스 비치’를 떠올리게 된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16km에 이르는 눈부신 해변은 기본, 보트나 제트스키를 타고 마이애미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며 질주하는 쾌감은 물론, 뜨거운 태양 아래 그저 누워있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끝이 어디일지 아득할 만큼 길다. ‘롱 비치’라고도 부르는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만큼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거리의 표정도 다른데, 파스텔 컬러가 주종을 이루는 아르데코 거리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마이애미 도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윈우드. 마을 전체가 온통 그래비티다. 일명 윈우드 월(Wynwoods walls).
시작은 부동산 개발업자인 토니 골드먼(Tony Goldman)이 지역의 버려진 폐공장을 사들이면서부터다. 길거리 예술가 벽화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둔 것. 없애고 싶은 골칫덩이가 찾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사무실, 창고, 콘도, 구멍가게, 세탁소, 공립학교, 경기장, 경찰서 등 벽이 있다면 캔버스가 있다는 뜻이었다. 마이애미 25~26번가가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설치 미술 거리’ 란 명성을 얻게 된 연유다.
벽화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메시지가 들려온다. 고함을 지르고, 때로는 속삭인다. 방문한 사람들은 몇 발자국 걷다가 멈춰서기를 반복한다. 모든 네모 벽이 포토존이기 때문.
뉴욕타임스와 영국 방송 BBC가 명소로 조명했고, 미국에서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선정됐으니,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 생각한다면 더더욱 마이애미의 필수방문지다.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를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건 지도를 확인한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 대륙의 최남단에 설 기회라니! 지도를 펼치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남서쪽으로 섬이 여러 개 길게 이어지는데, 이를 ‘플로리다 키(Florida Key)’라고 부르고, 그중 마지막 섬이 바로 키웨스트다.
스페인어 ‘뼈의 섬Cayo Hueso’에서 유래된 키웨스트는 초기 발견자들이 해변에 버려진 해골을 발견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키웨스트는 가슴 깊이 동경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있는 쿠바와 겨우 90마일 떨어져 있다. 1번 도로의 마지막이자 시작점인 키웨스트로 향하는 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도로로 불린다.
42개의 다리로 연결된 섬과 섬 사이를 달리면서 오른쪽으로는 멕시코 만, 왼쪽으로는 카리브해가 끝없이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바다 위를 자동차로 서핑하는 기분. 과장을 조금 보태어 천국으로 향하는 관문 같다.
키웨스트는 전형적인 미국의 모습이라기보다, 남미 여행의 예고편 같은 모습이다. 스페인의 지배를 거쳐 영국령에서 다시 스페인령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남아있는 유럽풍의 건물이 낭만을 더하고, 아름다운 주황색 꽃을 피우는 코르디아 세베스테나, 부겐빌레아, 유칼립투스 등 아열대 고목들이 집집마다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키웨스트 멜러리 광장의 석양은 하루도 빠짐없이 대륙의 저편으로 붉은 몸을 던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그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