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운
“지구촌 기후가 변하고 있다”
달라진 기후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더위’로 기억되던 여름은 이제 폭염과 폭우가, ‘추위’로 설명되던 겨울은 한파와 가뭄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기후위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뭄, 홍수, 폭설, 산불 등으로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는 이제 우리의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곧 식량 위기
식량위기란 인류가 삶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있어야 할 의식주(衣食住) 중 먹거리와 관련된 일련의 현상을 포괄하는 말로, 미래 식량 공급 부족과 이에 따라 파생되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포함한다.
우리가 먹는 쌀과 밀, 보리 등 곡물은 토양, 햇빛, 물로부터 전해지는 영양분을 받으며 자란다. 자연이 내어주는 육류, 어류 등 다른 식량자원도 매한가지다. 다시 말해 건강한 기후환경이 깨끗한 자연 생태계를 만들고 우리에게 식량자원을 선물하는 선순환 구조를 낳는 것이다.
그런데 무분별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IPCC(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 따르면 산업화 시대 이전 대비 현재(2011~2020년) 지구 평균기온이 1.1℃가 올랐다고 한다. 이 추세라면 2040년 안에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1.5℃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로 수십 년 내에 전 인류가 ‘식량안보’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작물의 생장은 온도, 햇빛의 세기, 강우량 등에 따라 크게 변하기 때문에 기후위기가 곧 식량 위기인 이유다.
▲ 관측(검정)과 모델에서의 전 지구 지표 온도의 변화(출처 : IPCC)
식량자원과 물
식량작물의 생육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물은 생물체를 이루는 주요 성분이자 반드시 공급되어야 하는 자원이다. 다시 말해 평소 수자원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 이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구상에 순환하는 물의 양이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식량 생산에 필요한 농업용수 부족 문제와 직결된다. 여기에 비점오염, 점오염원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까지 보태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매우좋음 | 좋음 | 약간좋음 | 보통 | 약간나쁨 | 나쁨 | 매우나쁨 | |
---|---|---|---|---|---|---|---|
시설수 | la등급 (2이하) |
lb등급 (3이하) |
Ⅱ등급 (4이하) |
Ⅲ등급 (5이하) |
Ⅳ등급 (6이하) |
Ⅴ등급 (8이하) |
Ⅵ등급 (8초과) |
972개소 | 172 | 280 | 203 | 128 | 99 | 72 | 21 |
(구성비, 100%) | -17.70% | -28.70% | -20.80% | -13.10% | -10.20% | -7.40% | -2.10% |
▲ 농업용수 수질 현황(2021년 기준) (출처 :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
곡물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1,000배에 달하는 물이 필요하며, 전 세계적으로 담수 사용량의 70% 정도가 농업에 이용된다. 즉 가장 큰 물 수요자는 농업 부문인 셈이다. 향후 식량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농업용수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기후위기 대비의 핵심은 식량안보
기후위기를 대비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식량안보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양정 자료에 의하면 식량자급률은 40.5%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에서 식량의 해외 의존도가 가장 높으며, 비상시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최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타국에서 식량자원을 수입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확실한 대안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세계 식량 공급망이 붕괴했던 것처럼, 이 역시 예상치 못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식량자급률 | 곡물자급률 (사료용 포함) |
|
---|---|---|
2017년 | 48.7% | 23.4% |
2018년 | 46.6% | 21.8% |
2019년 | 45.8% | 21.0% |
2020년 | 45.8% | 20.2% |
2021년(잠정_건체중 기준) | 40.5% | 18.5% |
2021년(잠정_생체중 기준) | 44.4% | 20.9% |
▲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 (출처 : 농립축산식품부 2022 양정자료)
▲ 세계 식량안보 순위 2022년 글로벌 식량안보지수(GF SI) (출처 :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농업용수 관리는 식량 안보의 기본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한목소리로 모인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농업용수 관리와 작물의 다변화 등으로 식량자급률을 다시금 늘려가는 것. 농업용수는 식량 생산 외에도 농업·농촌 유지·발전의 소중한 자원이다. 또한 농업 외에도 지역사회의 생활과 소방용수로도 활용된다. 농업용수 관리가 식량안보의 기본이자, 통합물관리에서 중요한 이유다.
▲ 농업용수의 통합물관리 추친 체계 (출처 : 한국농어촌공사 웹진)
난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과거를 돌아보라는 말이 있다. 선조들은 물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과거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계절 변동성이 컸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농번기를 보내기 위해 여름의 강수를 모아둘 큰 물그릇이 필요했다. 처음으로 대규모 수리시설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그게 바로 330년(삼국시대)에 조성되었다고 알려진 벽골제다.
선조들은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많은 저수지를 만들어 농업에 필요한 물을 공급해왔다.
과거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물은 농경사회 이후,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기에 농업에 필요한 물, 즉 농업용수를 관리해왔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농업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해에 취약한 노후 수리시설에 투자하여 안정적인 영농 여건을 제공하고, 농촌 환경과 생산성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농업용수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체계 안에서 농업용수의 이용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업용수의 수질 개선 또한 식량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기후위기 속에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게 될 물부족 현상과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농업용수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와 관리가 절실하다.
[내용출처]
· 어대수 외1인, 농업용수자원과 세계 식량안보, 세계농업 146호
· 남재작, 식량위기 대한민국(2022), 웨일북
· 배덕효, 기후변화가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기후변화와 국토관리3
· 제202회 한림원탁토론회, 우리 식량 무엇이 문제인가? 자료집
· 내일신문, 통합물관리 시대 맞은 농업용수의 과제(2023)
· YTN사이언스, [한국사탐] 물과 함께한 역사, 이수
· 농업유통신문, ‘위기를 기회로’ 안일한 식량인식·식량대전환(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