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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희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 부경대학교 교수

제2기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출범에 즈음한 다짐
- 우문현답, 통즉불통 불통즉통, 이청득심의 자세로

남 광 희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 부경대학교 교수

문명의 흥망성쇠와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치수, 이수 등 물 문제가 기후위기로 더욱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힌남노 태풍 피해, 호남의 가뭄 피해, 오송 지하차도 폭우 참사 등 사례에서 보듯이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 가뭄, 수질 문제 등은 더 이상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물 문제 해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산하 위원회로서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수립, 물의 적정 배분을 위한 유역 내 물 이동, 유역 내 물 분쟁 조정 등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낙동강은 태백에서 발원하여 부산 을숙도를 끝으로 장장 1,300리를 흐르며 1,300만 유역민의 삶과 문화를 꽃피운 생명의 강입니다. 그러나 낙동강은 본류 전체가 상수원임에도 대규모 산단과 대도시가 중상류에 위치해 지난 30년간 낙동강 페놀 오염, 1·4 다이옥신 등 수질사고가 자주 발생하였고, 지금도 여름철이면 녹조가 번성하는 등 수질 악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매우 큰 곳입니다. 게다가 취수원 다변화 등 맑은 물 확보를 둘러싼 상·하류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1기 위원회는 낙동강 물관리에 필요한 조직 구성 등 기본 틀을 마련하고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과 취수원 다변화 방안 등 주요 정책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출범한 2기 위원회는 1기 위원회가 구축한 기반 위에서 낙동강유역물관리종합계획 수립, 녹조 문제 해결, 취수원 다변화 방안의 이행 등 중요한 미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션 수행에서 최고의 난제는 유역민의 신뢰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낙동강의 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정부, 자치단체, NGO 등 참여 기관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정작 낙동강의 주인인 유역민의 의견은 무시되어 그들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유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 위원회가 물 이용, 물 안전, 물 환경 등 물관리 각 분야에서 가진 최고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유역민에게 진솔하게 다가간다면 신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간 위원들은 각 기관의 상충하는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쟁점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역민에게 다가갈 때 우문현답,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이청득심(以廳得心)의 3가지 자세가 중요합니다. 우문현답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뜻으로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을 중시하는 태도입니다. ‘통즉불통 불통즉통’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로서 ‘기가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뜻으로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청득심이란 ‘소통할 때 먼저 상대방의 의견을 청취하면 그들의 마음마저 얻을 수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중국 고전 ‘설원’에 ‘중인지지, 가이측천 (衆人之智, 可以測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신비한 하늘의 현상이나 하늘의 뜻까지 헤아릴 수 있다’라는 뜻입니다. 제2기 위원회도 통합물관리 정신에 따라 민간 위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으고 현장을 찾아 유역민의 의견을 먼저 청취하면서 진솔한 소통을 하고자 할 때 그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낙동강을 생명의 강으로 되살릴 수 있으리라 굳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