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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규홍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물 재해에 관한 회복탄력성 개선

  • 작성일

    2023-10-27

  • 조회수

    225

물 재해에 관한 회복탄력성 개선

 

 

박규홍 교수 사진 

박 규 홍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지속가능한 개발’ 또는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번역되어 사용하는 표현은 1987년에 발표된 유엔의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는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정의되었다. 그 후 1992년에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21세기 지구 환경보전을 위해 채택된 기본원칙이 되었다.

 

두 가지의 상반된 개념인 ‘개발’과 ‘지속가능’을 조합해 표현함으로써 현세대가 미래세대에 물려줄 환경과 자연 자원을 미래세대도 현세대만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현세대에게 주어진 환경과 자연 자원을 이용해야 함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우리의 환경정책기본법에도 “환경을 적정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보전”하자는 표현으로 반영되어 있다.

 

2015년 9월 25일 뉴욕 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 지속가능개발정상회의에서 유엔 193개 회원국이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공식 채택하였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15년부터 2030년까지 사회·경제·환경의 세 가지 지속가능성 문제를 종합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9번째 목표는 날로 증가하는 인위적·자연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회복탄력성(Resilence)이 있는 인프라 구축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자연재해 위험 감소는 자연재해의 가능성을 줄이는 데 그치지 말고 자연재해에 대비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은 상호 개념이다. 더 큰 지속가능성은 더 큰 회복탄력성을, 더 큰 회복탄력성은 더 많은 개발을 가능하게 하며, 이러한 개발은 다시 더 큰 지속가능성을 유발한다. 회복탄력성 강화를 통해 더 큰 재해 위험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이라는 용어는 처음에 라틴어 “resiliere”에서 유래하였다.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바운스백(bounce back)”이라는 개념이다. 이 명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심리학 분야에서 심리적 리질리언스가 사용되며, 생태학 분야, 재료과학, 경제학, 공학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도 회복탄력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재난 상황에서 인프라의 용량과 성능을 연구할 때 많은 연구자가 회복탄력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인프라 시스템은 대부분 인간을 위한 특정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프라의 회복탄력성은 시스템이 외부 충격에 노출되었을 때 원래의 기능을 유지하고 손상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능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회복탄력성을 기능 저하 또는 기능 상실에서 정상적 상태로 회복하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회복탄력성의 개념을 이해한 다음에는 회복탄력성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시스템은 회복탄력성의 속성이 잘 갖춰진 시스템이므로,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용한다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대학교수 Bruneau는 지진에 대한 회복탄력성의 속성으로 견고성(robustness), 잉여성(redundancy), 자원부존성(resourcefulness), 신속성(rapidity)을 제시하였다. 견고성이란 외부 충격을 견뎌내는 시스템 능력 또는 요소의 강도를 의미한다. 또한 잉여성은 외부 충격이 발생하여 기능의 방해, 중단, 손실이 일어났을 때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시스템 또는 요소의 대체 정도를 의미하다. 즉, 외부 충격으로 시스템 기능에 손상이 가해져도 작동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스템 및 구성요소의 대체 능력이 있어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잉여성이 높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자원부존성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외부 충격이 발생하였을 때, 자원부존성이 높은 시스템은 인적자원을 비롯한 재정, 정보, 기술 등 다양한 자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조직적으로 활용하여 시스템 변화에 적응할 뿐만 아니라 시스템 변화 이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신속성이란 외부 충격으로부터 발생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순위 설정 및 목표 설정을 통하여 문제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또한 Bruneau 교수는 회복탄력성을 기술·조직·사회·경제 등 네 가지 상호 연관된 차원을 포괄하는 것으로 개념화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회복탄력성의 기술적 차원은 물리적 시스템(구성요소, 상호 연결 및 상호 작용, 전체 시스템 포함)이 재난의 영향을 받을 때 허용할 수 있는 혹은 원하는 수준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나타낸다.

 

회복탄력성의 조직적 차원은 핵심 시설을 관리하고 재해와 관련된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의 의사결정 및 이와 같은 회복탄력성의 속성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말한다. 즉 더 큰 견고성, 잉여성, 자원부존성, 신속성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회복탄력성의 사회적 차원은 홍수 또는 가뭄 피해를 본 지역사회와 정부 관할 구역이 재난의 결과로 발생한 중요한 서비스의 손실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를 겪는 정도를 줄이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조치로 구성된다. 마찬가지로 회복탄력성의 경제적 차원은 홍수나 가뭄으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을 모두 줄이는 능력을 나타낸다.

 

이미 많은 연구자가 지역사회의 홍수, 도시 침수, 상하수관로 함몰에 따른 지반침하 등에 대한 회복탄력성의 정량적 평가개념과 계량화된 틀을 제시하였다. 도시 침수와 지반침하를 고려한 하수관망의 회복탄력성 평가를 위해 회복탄력성의 속성을 저항성, 신뢰성, 잉여성, 대응 및 회복의 4가지로 정하여 예를 들고자 한다.

 

하수관망 저항성의 세부 지표는 양호한 관로연장의 비율, CCTV 관로 조사 불가 구간의 비율, 교통의 복잡도가 될 수 있으며, 신뢰도는 통수 용량 부족 관로의 비, 이미 교체 또는 보수된 관로연장, 펌프장의 개수와 용량, 유수지의 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잉여성은 우회관로의 확보 용량, 하수저류시설의 존재 여부로 평가할 수 있으며, 대응 및 회복에 관해서는 허용할 수 있는 재건 시간, 접근성, 관련 부서 간 협업계획, 재건계획에 따른 훈련 실행, 자원 확보 및 동원 능력, 주요 사고를 회피하기 위한 과거의 지출, 재건을 위한 예산 확보 여건, 재건 기술의 가용성이 세부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 세부 지표에 대한 평가를 점수화하여 어떤 특정 지자체, 유역에 대해 회복탄력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회복탄력성에 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수행되고 있으나, 아직 재난관리를 위해 실제적인 정책과 관리에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은 듯하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회복탄력성을 강조하게 된 만큼, 물 관련 재난의 회복탄력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의 시행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물관리의 주체들은 물환경, 침수, 가뭄뿐 아니라 기후변화, 탄소중립, 생물다양성 등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과제에 관한 재해 상황에 대해 회복탄력성의 각 속성을 평가하는 세부 지표 만들고 각 세부 지표에 대한 정량적 평가를 통해 회복탄력성이 취약한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보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