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의 대두
지속가능성은 21세기 인간의 모든 활동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제한되지 않은 시간 동안 특정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자연이 스스로 재생하는 속도보다 인간이 자원을 소모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감당하기 어려운 기후변화를 경험하게 되면서 우리는 비로소 기존의 경제발전 방식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인류가 지구의 자연을 담보로 삼고 다음 세대들이 사용해야 할 미래의 자원을 이용해 현재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인간이 지구 위에서 벌이고 있는 모든 활동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변화해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에는 사전적인 해석을 넘어 경제발전과 환경보호의 균형(Balance), 현재와 미래의 공존(coexistence), 그리고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급박성(Urgent)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나라의 물환경
우리나라의 물환경은 한동안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필수 자원의 관점에서 관리되었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 그리고 여름에 집중된 강수량 등 물 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1990년대까지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동안 기업과 도시 인구의 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산업용수와 생활용수 공급 중심의 하천 개발이 이루어졌다. 이후에는 규모가 크지 않았던 농업과 축산업도 점차 산업화하면서 용수 부족과 배분, 그리고 오염 문제를 함께 겪게 된다.
국가 주도로 공급 중심의 물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질 개선사업도 꾸준히 진행하였지만 하천 유량이 감소하고 건천화가 심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또한 댐과 보처럼 하천에 세워진 물 인프라는 하천의 연속성을 차단하여 주변 생태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많은 희귀성 어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결국 과거와 같이 수량 확보와 수질 개선의 개념으로 관리할 경우, 지속가능한 미래를 답보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속가능성을 향한 물환경 패러다임의 변화
최근 개정된 물관련법의 변화를 살펴보면 인간 중심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으로, 그리고 현재의 발전 중심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성 확보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은 2017년 ‘물환경보전법’으로 개정되면서, 물환경을 ‘사람의 생활과 생물의 생육에 관계되는 물의 질(이하 “수질”) 및 공공수역의 모든 생물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비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수생태계를 총칭하는 것’으로 정의 내렸다.
이후 2019년 통합물관리의 첫걸음인 물관리기본법에 의해 확장되어, 물은 모든 생명체가 이용할 공공의 자원으로 자연·사회·경제를 조화시키면서 그 가치가 미래까지 이어가야 함을 기본이념으로 밝히고 있다.
2022년에 환경부로 물관리의 주체가 일원화되고,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의해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이 수립되면서 “지속가능한 물 이용 체계 확립에 의한 미래 세대의 물이용 보장”을 통합물관리를 위한 3대 기본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게 된다.
지속가능한 물환경을 위한 세부계획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는 지속가능한 물환경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전략과 과제가 담겨 있다.
먼저 물절약, 효과적 배분, 수원 다변화, 수돗물 안전관리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물 이용 체계를 확립한다. 물환경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과거에는 수질지표 중심으로 물환경을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생물학적·물리적 환경과 역사·문화·경관과 같은 친수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확보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하천공간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천 지형의 연속성 개선을 위해 기존의 구조물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단계적으로 감축한다. 하천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생물종 다양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하천의 공간적 특성을 살려 사람과 환경이 어울리는 물문화를 만들어간다.
또한 다음 세대를 위해 자연과 인간을 함께 고려하는 차세대 물환경 기준을 마련하게 되는데, 기존에는 하천·호소의 목표 수질 달성률과 수생태계 건강성 기준 비율이 주요 지표였으나 앞으로는 수질, 수생태계, 수량, 친수를 모두 고려한 차세대 지표를 개발하여 활용할 예정이다.
물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지속가능성
지구상에 인간이 없다면, 지구는 본래의 수명을 다할 때까지 지속가능한 균형체계를 이루며 존재할 것이다.
이는 지구상에서 인간이 세대를 거듭하며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과거 우리는 지구라는 이름의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았다. 만약 냄비 속의 물이 좀 더 천천히 끓었다면 죽어가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종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통해 환경이라는 이름의 물은 우리가 충분히 위험성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뜨거워졌고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모색할 시간이 주어졌다. 한때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던 ‘지속가능성’이란 단어가 어느새 일상의 용어로 자리 잡고 있다.
미래 세대들이 아름답고 풍족한 물환경을 누리며 더 이상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그 순간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행동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